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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위주 외고 퇴출” 주장 곽노현, 아들은 외고 보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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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외국어고와 자율형사립고(자율고)를 비판해 온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당선자가 자녀를 외고에 보낸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곽 당선자의 두 아들 중 둘째는 현재 경기도의 모 외고 2학년 학생이다. 곽 당선자는 선거운동 기간 동안 외고에 대해 “‘어학인재 양성’이라는 본래 취지를 잃고 ‘입시학원’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올해 초 정부가 발표한 외고 방침에 따라 설립취지에 맞지 않게 운영하는 곳은 퇴출시키거나 일반고로 전환시키겠다”고 말해왔다. 곽 당선자가 외고 학부모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학부모들은 “말과 행동이 다르다” “부모 마음 이해한다” 등 반응이 엇갈렸다. 초등 5학년생 학부모 이금효씨는 “자신은 자식을 외고에 보내면서 거기에 보내고 싶어 하는 학부모들에겐 외고·자율고를 축소하겠다고 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서울 목동에 산다는 중3 학부모 박모씨는 “외고를 강하게 비판해 온 곽 당선자의 위선”이라며 “평준화 교육도 중요하지만 국가의 미래를 위해선 우수학생 교육을 잘 할 수 있는 외고 같은 특목고를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강남 고교생의 학부모 조경숙씨는 “강남에 비해 강북 학교들은 특히 학습 분위기가 좋지 않아 공부를 잘하면 외고로 갈 수밖에 없다”며 “같은 학부모로서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세 자녀의 학부모 이준화씨는 “곽 당선자가 외고 학부모여서 외고 속사정을 더 잘 알 수 있게 돼 잘됐다”며 “불법 찬조금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당선자의 아들이 외고생이라는 사실을 처음 보도한 양영유 정책사회데스크의 칼럼.

논란이 일자 곽 당선자는 8일 박상주 대변인을 통해 “아들이 외고에 가고 싶어 하고 공부를 잘해 보냈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런데 실상을 보니 외고가 설립취지대로 외국어 교육의 특성을 살리는 데가 아니고 국·영·수 입시학원처럼 운영하는 것 같았다. 그런 식으로 가르치는 데였으면 안 보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아들이 외고생이 된 것을 계기로 외고 교육의 문제점을 더 들여다보게 됐다”고 덧붙였다.

진보성향의 다른 지역 일부 교육감 당선자들도 자녀를 특목고에 보냈다. “외고 추가 설립 반대” 입장을 밝힌 장만채 전남교육감 당선자의 자녀는 서울 대원외고를 나와 의대에 진학했다. 전교조 지부장 출신인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당선자도 아들이 과학고를 졸업했다. 전교조는 특목고를 "귀족학교”라며 비판해 왔다. 장 당선자는 이날 “나는 일반계고를 원했지만 (아들이) 가겠다고 해 아들의 뜻을 존중했다”며 “물리 등이 뛰어났는데 결국 법대를 갔다”고 밝혔다. 보수성향 교육감 당선자 10명 중에서는 고영진 경남도교육감 당선자의 아들이 경남외고를 졸업했다.

◆곽노현 취임준비위원장에 박재동 화백=곽 당선자 측은 이날 시사만화가 박재동 화백을 취임준비위원장으로 영입했다. 미술교사 출신인 박 화백은 한겨레신문에 시사만평을 실었으며,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애니메이션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박수련·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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