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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국가과제 <5> 노인에게 일자리를 (下) : 용돈 벌며 일하는 '봉사職' 만들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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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활발한 사회활동과 안정적인 건강관리. 이 두 가지는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들이 제2의 인생을 누리는 데 핵심 조건이다. 선진국들이 수십년간 이를 충족시킬 노인복지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우리는 고령사회(노인인구 비율이 전체의 14%)에 접어들 것으로 보이는 2019년까지 조속히 이 토대를 닦아야 할 처지다.

하지만 지금의 정부나 정치권의 태도를 보면 불안하기 짝이 없다. 세부 계획은 물론이고 중·장기 종합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정책 입안자·결정권자들은 말로는 경로사상을 강조한다. 경로당을 노령화사회에 적합한 실버클럽으로 바꾸는 등 발상의 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다.

<그래픽 참조>

◇노인정책 총괄기능 만들자=노인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노동부는 55세부터 64세까지, 복지부는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다. 노동부는 65세 이상 노인의 일자리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복지부도 일자리의 주무부처가 노동부라며 노인 일자리 창출에 주력하지 않는다.

지난해 국무총리실에 관계부처 및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노인 보건·복지대책위원회'를 만들어 노인문제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책방향만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생긴 한시적 조직에 불과하다.

복지부나 노동부뿐 아니라 교육인적자원부·법무부·행정자치부·정보통신부·기획예산처 등이 참가하는 상시적인 정책조율 기구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비형 일자리' 만들자=보건사회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의 63%는 돈 때문에 일자리가 필요하다. 덴마크는 18%,독일은 33%가 돈 때문이라고 답한 반면 각각 62%, 42%가 '일하는 게 즐거워서'라고 응답했다.

보사연 변재관 박사는 "연금·의료보장제도가 잘 돼 있는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 노인은 어느 정도의 소득이 있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이 때문에 교통비와 식비 정도를 지급하거나 여기에다 약간의 소득을 얹어주는 실비지급형 봉사활동의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도 지난해부터 일선 시·군·구 당 연간 20명씩 총 1만여명의 노인에게 공원청소·교통지도 등의 봉사활동을 하되 하루에 3천~5천원을 지급하는 지역지도봉사원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강남대 고양곤 교수는 "노인에겐 순수한 자원봉사의 개념을 적용하기 힘들다"면서 "점심값이나 교통비조로 하루에 1만원 정도 지급하는 일거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건강한 노인 1만5천여명이 6만2천여명의 아픈 노인들의 말벗 노릇을 한다.

이 사업에 정부 예산이 연간 5백여억원 지원된다. 정부가 창출한 실비형 일자리다. 이 서비스에 가벼운 간병서비스가 포함된 덕분에 간병시설에 가야 할 돈 2천여억원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우리는 몇몇 지자체나 사회복지관만이 이런 서비스를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경로당이나 복지관에 나가길 싫어하는 외로운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말벗(실버시터)사업까지 등장했다. 주로 젊은이가 노인의 말벗이 되고 시간당 5천원을 받는다. 실버시터 업체인 하이버디 김명숙 이사는 "노인 마음은 노인이 잘 알기 때문에 노인을 봉사자로 활용하면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봉사 품앗이 활성화하자=노인봉사 조직이 만들어지면 봉사실적을 개인별로 데이터베이스화해 관리하자고 한다. 사회복지협의회가 최근 시행하기 시작한 품앗이 제도를 노인에게도 적용하자는 것이다.

한남대 임춘식 교수는 "건강할 때 봉사한 노인이 몸져 누우면 종전의 봉사실적을 토대로 제3의 노인에게서 봉사 서비스를 받는 품앗이 제도를 활성화하자"고 말했다.

◇봉사 전문조직과 지원법률 만들자=현재 노인봉사는 복지부와 행자부가 따로따로 진행하고 있다. 복지부는 노인만을, 행자부는 계층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점이 다르다.

서울 북부노인종합복지관 박준기 과장은 "행정조직이 따로따로 운영되다보니 봉사의지가 있는 노인이 많은데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봉사진흥법률과 '한국노인봉사단'과 같은 전국 조직을 만들고▶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노인들에게 상해보험 가입, 무료건강진단, 지역내 시설 할인카드 발급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며▶우수 봉사자를 시상하는 등의 격려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신성식·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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