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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형동의 중국世說]중화세기의 상하이 엑스포를 관람하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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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3월 김영삼 대통령은 중국을 국빈 방문했다. 당시 上海시는 한국 국빈에게 임정청사와 상해를 상징한다는 동방명주 탑 이외는 顯示할 거리가 궁색했다. 그러자 중국측은 포동지구 개발계획 만을 김 대통령에게 장황하게 설명했다. 당시 행사지원 차 上海를 방문했던 필자는 上海시 계획에 대해“ 글쎄올시다. 꿈은 원대한데 어느 시절에 실현 되겠소!” 라는 오판의 독백을 했었다.

그 후 16년의 성상이 흐른 2010.5.1 중국은 그 황량했던 포동지구에 상전벽해의 뉴월드를 건설하고, “中華世紀, 大國崛起”라는 메시지의 ‘상하이 세계박람회’개최를 장엄하게 선포했다. 이 개막식 날 황포강 양간의 대형 발광다이오드(LED)의 영상과 10만여 발의 폭죽은 화려한 불꽃을 뿜어 全 상하이 시를 황홀하게 채색했다.

본인은 몇 일전 평소 친분이 있는 우리 국회의원, 기업인 등과 함께 상하이 엑스포를 참관할 기회가 있었다. 우리가 맨 처음 안내된 중국관은 왕관을 연상케 하는 붉은색 역 피라미드 형으로 그 웅대함이 가히 박람회장을 압도했다. 이 중국관은 동방의 으뜸, 융성한 중화, 천하의 곡창, 부유한 백성을 형상화한 것으로서 국가관, 지역관, 홍콩-마카오- 대만관 등 3부분으로 구성되었다. 각 관들은 문화전시회, 도시건설 기획전 등 다채로운 준비로 관람객을 손짓하고 있었다. 게다가 중국은 풍성한 잔칫상에 세계의 정상급들을 초청하여 외교와 문화의 연성파워를 제고시키려는 의지도 넘쳤다. 모두가 中華世紀 실현을 위한 중국의 전략이 꿈틀대는 역사의 현장이다.

이번 상하이 엑스포의 테마는 “도시와 인간의 삶을 아름답게”라고 한다. 이에 중국은 전기버스와 연료 전지차를 장내에 운행했고, 조명은 절전 형 LED를, 가로등은 태양광선을 이용했다. 특히 중국관 내 풍력발전의 실용상과, 바이오 디젤연료 개발실태는 되돌리는 우리의 발길을 잡았다. 저탄소 녹색성장을 외치는 우리나라의 대체 에너지 개발실력은 과연 중국에 비해 어느 정도에 와 있는지 궁금했다.

한국관은 국가관, 기업연합관, 서울시 도시관 등으로 구성되었으며, 규모 면에서는 192개 참가 국 중에서 개최국인 중국 다음으로 크다고 한다. 현지 코트라 관장의 설명에 의하면, 한국은 정보기술과 한류문화를 앞세워 “조화로운 도시, 다채로운 생활”을 주제로 꾸몄으며, 중국인들의 嫌韓 감을 불식시키기 위해서 ‘한-중 우호’를 강조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온통 한글로만 장식된 외벽에는“당신들은 한국의 친구”라는 문구가 정감을 더해주고 있었다.

일본관은 건물벽에 얇은 발전막을 설치, 발광케 하여 외관부터 최첨단 에너지 절약 기술로 어필했다. 내부로 입장하니 遣唐使 등 일-중 왕래의 역사를 소개했고, 사람이 밟기만 하면 발전이 일어나는 발전 시스템으로 환경기술을 체험케 했다. 특히 모든 입장자의 얼굴을 인식시키는 미래형 카메라는 관람객들의 自存感을 제고해 눈길을 끌었다.

外國館 중에 가장 인기가 높다는 사우디관은 건설비가 약 13억 인민폐(약 2천억 원)라 하며, 하늘에 떠있는 月船 모양인데, 주변에 150주의 거대한 열대수가 사막의 오아시스 분위기를 자아냈다. 진입해 보니, 최첨단 입체 영상으로 마치 영화 “아바타”를 보는 듯한 착각을 주면서, 사우디의 발전상과 특색을 잘 표현하고 있었다.

아프리카 연합관은 한-중-일 3국과는 전혀 다른 아나로그 형 전시품이 동양의 이방인들을 정겹고 신비스럽게 맞아주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일제히 약속이나 한 듯 “ 야! 이곳이 볼만 하구나!”하고 외쳤다. 아프리카의 토속적이고 오랜 전통이 묻어나는 문화재와 인물상들은 현대문명의 스피드와 편의성을 조소나 하는 듯, 여유 있는 미소로 최초 인류의 후손임을 과시하고 있었다.

황포강 유람선에서 본 상하이 야경은 동방의 진주 홍콩을 옮겨 놓은 듯 장려한 빛의 향연으로 별천지를 연출하고 있었다. 일찍이 신도 울렸다는 詩仙 이백은 “山中問答”에서 桃花流水杳然去 別有天地非人間 (흐르는 물에 아련히 떠가는 복사꽃 모습, 속세 떠난 별천지 바로 이곳이로세!)이라고 노래했다. 李白이 읊은 심산유곡의 武陵桃源이 천 삼백 년의 세월을 엮어 도심 속 광채의 별천지로 환생해 지금 우리를 이토록 현혹하고 있음이 아니던가!

엑스포는 1851년 런던의 수정궁에서 최초 개최된 이래 미국. 프랑스.일본 등 주로 선진국에서 순회적으로 열리며 눈부신 인류문명의 발전을 선도해왔다. 헌데 이번에 물질문명의 총아인 스펙터클한 엑스포를 둘러보고 초선진 기술에 찬탄을 보내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 허전함이 함께 자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예수는 울었고, 볼테르는 웃었다. 오늘날 문명의 감미로움은 저 신의 눈물과 인간의 미소로 구성된 것이다”이는 프랑스의 계관시인 ‘빅틀 위고’의 명언이다. 오늘날 황폐해 가기만 하는 인류의 정신문명은 신의 진정한 종교적 눈물도 인간의 문학적 미소도 상실한 채 부활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제 물질문명에만 매몰되어 있는 현대인들은 문명사회의 마지막 무대가 무슨 테마로 장식될지에 대해서도 깊히 고뇌해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한형동 산둥성 칭다오대학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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