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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김일성론'은 가짜다? MBC '이제는…', 항일투쟁 추적 돋보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3일 밤 방영된 MBC 다큐멘터리 '이제는 말할 수 있다-김일성 항일투쟁의 진실'은 우리 사회의 금기 하나를 건드렸다. 김일성 가짜론의 진위를 밝히고자 한 것이다.
그 추적의 출발점은 1937년 6월 4일 함경남도 갑산에서 일어났던 이른바 '보천보 습격 사건'. 당시 국내 언론은 그 주도자를 김일성으로 보도했다. 물론 그 앞에는 '비적'이라는 단어가 붙었다. 그해 11월 일본 외무성은 '김일성이 일본 토벌대에 의해 사살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1945년 10월 평양 환영대회 때 처음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젊은 김일성에게 '저건 가짜다'라는 얘기가 나온 것은 이 연장선에서 였다. 하지만 증언자들은 '김일성 피살'자체가 잘못된 정보에 근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프로그램은 남한에서 김일성 가짜설을 본격 제기한 고 이명영씨의 '4인의 김일성론'등을 짚었다.
결론은 신빙성이 떨어지고 정략적 요소가 다분하다는 것. 그러면서 북한이 김일성 신격화를 위해 활동상을 과대 포장하면서 생긴 문제점도 빠트리지 않았다.
'이제는…'은 중국에 흩어진 김일성의 유격활동 흔적과 기록들을 찾아냈다. 취재의 발길은 김일성이 27년부터 다녔던 쑹화강변 육문중학에서 시작해 그가 처음 항일 유격대를 조직한 중국 안도 소사하 마을을 거쳐 소왕청 항일 유격대 근거지, 홍기하 전투 유적지, 그리고 김일성이 일본 토벌대에 밀려 갔던 소련의 연해주 브야츠크에까지 닿았다. 하지만 중국 취재는 결정적인 증언 없이 현장을 스케치하는 수준에 그친 느낌이었다. 전 중앙정보부장 이후락씨도 전화 인터뷰에 응했다. 이씨는 "이명영씨의 70년대 가짜 김일성 만들기에 개입한 바 전혀 없다"고 말하면서도 "김일성의 항일 유격대 경력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실토했다.
프로그램은 김일성을 우리 독립 운동사에서 어느 위치에 놓아야 하는지는 여전히 숙제라고 끝맺음했다. 여러 증언들이 나왔지만 진실을 규명하기엔 다소 산만했다. 특히 김일성과 항일투쟁을 함께 했던 전 헤이룽장성 정치협상회의 부주석인 이민(당시 이름 이명순)등을 취재 대상에서 빠뜨린 게 아쉬웠다.
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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