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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주질환 없는 사람이 미세모 쓰면 플라크 제거 안돼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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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들은 대충한 열 번의 칫솔질보다 제대로 한 번 하는 것이 낫다고 강조한다. 질 좋고 다양한 구강 위생용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 공염불인 것이다. 6월 9일, ‘치아의 날’을 맞아 내게 맞는 구강 위생용품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법을 알아보자.

황운하 기자

아침엔 중간모, 저녁엔 미세모 섞어 쓰도록

[중앙포토]

구강질환은 음식을 먹은 뒤 입 속에 남은 찌꺼기부터 시작된다. 입안의 세균이 음식물 찌꺼기에 포함된 당분과 전분을 분해하면서 산이 발생하고, 그 결과 치아가 녹아 충치가 생긴다.

음식물 찌꺼기는 세균과 엉겨 붙어 치아 표면에 세균막도 형성한다. 이것을 ‘플라크’ ‘치태’ ‘이똥’ 등으로 부른다. 플라크 1㎟에는 약 7억5000만 마리의 균이 있는데 24시간 동안 닦아내지 않으면 침의 칼슘과 인을 흡수해 단단한 돌처럼 굳어 치석이 된다. 치석은 잇몸 염증을 일으키고 결국 치아 뿌리까지 침투해 치아를 빼는 주요 원인인 치주질환으로 이어진다. 치석은 칫솔질로는 결코 제거되지 않아 스케일링을 받아야 한다.

플라크가 치석으로 발전해 각종 구강질환을 일으키지 않도록 파수꾼 역할을 하는 것이 칫솔이다.

서울대치과병원 치주과 김태일 교수는 “화려하고 비싼 칫솔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칫솔은 치아 표면을 닦고 잇몸을 마사지하는 도구이기 때문에 내게 맞는 것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칫솔은 칫솔모가 심어져 있는 머리, 그 아래 목, 손잡이 등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칫솔 머리의 크기는 입 속을 구석구석 누비며 닦을 수 있도록 치아 2~3개를 덮는 2~2.5㎝가 적당하다. 칫솔 손잡이는 일직선을 선택한다.

칫솔모의 강도는 아주 부드러운 모(Ultra soft), 부드러운 모(soft), 중간 모(medium), 빳빳한 모(hard), 많이 빳빳한 모(extra hard) 등 다섯 가지로 나뉜다.

연세대 치대 치주과 조규성 교수는 “너무 강한 모는 치아를 마모시키고, 잇몸을 손상시킬 수 있다”며 “보통 중간 모를 사용하고 치주질환이 있으면 부드러운 모를 선택한다”고 말했다. 치주질환자는 잇몸 건강이 좋아지면 점차 중간 모로 바꾼다.

치주질환이 없는 사람이 요즘 유행하는 부드러운 미세모를 사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경희대 치대 예방치과학 박용덕 교수는 “모가 너무 부드러우면 플라크 제거 효과가 떨어진다. 미세모를 꼭 써야 한다면 아침에는 중간 모, 저녁에 미세모를 번갈아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개인 사정으로 하루 한 번 밖에 칫솔질을 못하는 사람은 빳빳한 모를 사용해야 플라크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치아·잇몸사이에 칫솔 대고 진동하듯 닦아야

치아 비누인 치약의 종류는 굉장히 다양해 선택이 쉽지 않다. 하지만 대부분 충치 예방을 위한 불소 성분이 포함돼 있고, 플라크를 닦아내기 위한 미세한 모래 알갱이 같은 마모제와 청정제, 살균소독제 등이 골고루 들어 있다.

박용덕 교수는 “치약 포장에 표기된 용도와 주요 성분을 살펴보면 내게 맞는 기능성 치약을 고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치주질환 치약은 항균작용을 하는 트리클로산이 포함돼 있다. 죽염·송염 등 소금이 포함된 것도 도움이 된다. 미백 치약에는 허용량의 과산화수소와 차아염수산나트륨이 들어 있고, 충치 예방을 위해 불소 효과를 높이고 싶다면 이소프로필메틸페놀(IPMP) 성분이 있는 제품을 고른다.

시린 이에 좋은 치약도 있다. 이가 시린 것은 잘못된 칫솔질 등으로 치아가 마모돼 치아 안쪽에 상아질이 드러났기 때문. 상아질에는 미세한 구멍이 있고, 이곳에 신경이 있다. 상아질의 미세한 구멍을 메워 줄 ‘알루미늄 화합물’이 포함된 시린 이 전용 치약을 선택한다. 시린 이 치약에는 상아질을 자극하는 마모제도 적다.

어린이는 성인에 비해 치아가 약하기 때문에 불소 농도가 500~600ppm인 치약을 고른다. 성인 치약은 1000ppm이다.

내게 맞는 칫솔과 치약을 선택하기 힘들 땐 구강검진을 받을 때 지금 쓰고 있는 것을 치과에 가져가 보여준 뒤 추천받는다.

최상의 칫솔과 치약을 선택했더라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 그림의 떡. 치약의 양은 칫솔모 길이만큼 길게 짜지 않고, 가로로 짠 양만으로도 충분하다.

칫솔질도 치아와 잇몸이 맞닿은 부분부터 쓸어내리는 회전법에서 치아와 잇몸을 모두 건강하게 하는 ‘변형 바스법’으로 바꿔보자. 아직도 가로로 닦는 사람들이 많은데 잇몸을 내려앉게 하고 치아를 마모시키는 지름길이다.

치아와 잇몸 사이에는 치은열구라는 1㎜ 깊이의 작은 틈이 있다. 이 틈으로 들어간 음식물과 플라크가 잇몸질환을 일으킨다. 바스법은 칫솔모를 치아와 잇몸 사이에 대고 45도 기울여 아주 조그마한 원을 그리듯이 떠는 방법이다. 이러면 칫솔의 일부가 치아와 잇몸 사이로 들어가 여기에 낀 플라크를 제거한다. 한 치아당 20회 정도 진동시키고, 이후에는 회전법처럼 칫솔을 쓸어내린다. 회전법과 바스법이 결합된 변형 바스법이다.

박용덕 교수는 “변형 바스법은 잇몸 마사지 효과와 치아를 닦는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며 “하지만 임플란트를 한 사람은 박아 넣은 임플란트의 틈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회전법이 좋다”고 강조했다.

어른니가 나기 전 젖니를 가진 아이는 이 사이가 벌어져 있어 작은 원을 그리면서 닦는 폰스(Fones)법이 효과적이다.

치태염색제로 안 닦인 곳 확인하는 게 좋아

구강질환의 원인인 플라크는 칫솔질로 완전히 제거되지 않는다. 지원군이 필요하다. 치아 앞뒤면은 깨끗이 닦았더라도 치아와 치아가 맞닿아 있는 부분에는 플라크가 남아 있다. 이때 명주실로 만든 치실이 효과적이다. 치실을 30~50㎝로 자른 뒤 양손 가운뎃손가락에 감은 다음 엄지나 검지의 끝으로 당겨 천천히 치아 사이에 넣는다.

충치예방연구회 송학선 회장은 “되도록 치실을 짧게 잡고, 치아에 약간 뜨거운 느낌이 올 때까지 앞뒤로 닦으면 된다”고 말했다.

치간 칫솔은 치주질환 때문에 이와 이 사이가 벌어진 곳의 찌꺼기를 제거하는 데 효과적이다. 부분 틀니 등 보철물을 장착해 이 사이에 공간이 생길 때도 마찬가지다. 이 틈새의 정도에 따라 치간 칫솔의 굵기를 선택한다. 치간 칫솔은 단순히 틈새에 넣었다 빼면 효과가 없다. 왼쪽과 오른쪽의 치아 면에 번갈아 가며 붙여서 닦아야 한다.

치실과 치간 칫솔은 칫솔질 전에 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플라크가 제거된 곳에 치약 속에 함유된 불소가 덮여 충치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럼, 이제 내 입 속 청소 상태가 몇 점인지 확인해보자.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치태염색제를 사용하면 알 수 있다.

빨간약 같은 치태염색제를 칫솔질 후 치아에 바르고 물로 헹궈낸다. 만약 치아 여기저기에 듬성듬성 빨간 염색약이 가시지 않고 남아 있다면 그곳엔 플라크가 남아 있다는 증거다.

송학선 회장은 “치태염색제를 통해 평소 칫솔질이 안 되는 부위를 알 수 있다”며 “잘못된 칫솔질 습관을 교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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