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ly?] 사랑니, 빼버리지말고 재활용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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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20대 초반의 남성인데 사랑니가 났다. 잇몸을 뚫고 나올 때는 통증이 있었지만 지금은 괜찮다. 주변에서 사랑니는 쓸모 없으니 무조건 빼라는데.

A : 치아 중 가장 늦게 나는 것이 사랑니다. 만 19~21세쯤 어금니 뒤 가장 안쪽에서 얼굴을 내민다. 사랑니라는 이름은 이미 짐작했듯이 ‘사랑을 경험할 나이에 나는 이’라는 뜻을 품고 있다. 치과에서는 세 번째 나는 큰 어금니라고 해서 제3 대구치, 맨 마지막에 난다는 의미에서 막니라는 별칭도 있다. 모든 사람이 사랑니가 있는 것은 아니다. 통계적으로 인구의 약 30%는 사랑니가 나지 않는다.

원시시대에 사랑니는 질긴 날고기와 단단한 음식을 잘게 부숴 세 번째 어금니로서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인류가 진화하고 과거보다 턱을 사용할 일이 줄며 턱뼈 크기가 점차 작아졌다. 턱뼈의 진화다. 그러나 좁아진 턱뼈는 가장 늦게 나오는 사랑니엔 달갑지 않은 일이다. 비집고 나올 자리가 부족해져 80%가 문제를 일으킨다. 똑바로 나오지 못해 옆의 치아를 밀어 치아의 교열을 망가뜨리거나(부정교합) 옆의 어금니와 달라붙어 위생관리가 안 되면 충치가 생긴다. 아예 나오지 못해 턱뼈 속에 수평 또는 수직으로 매복되기도 해 그동안 예방 차원에서 사랑니를 뽑아냈다.

하지만 최근엔 사정이 조금 달라졌다. 사랑니를 어금니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랑니가 곧게 나와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 충치·염증·사고 등으로 어금니를 잃었을 때 사랑니를 뽑아 어금니가 빠진 부위에 박아 넣을 수 있다. 간단한 면역거부검사를 통해 부모나 형제 등 가족에게 증여할 수도 있다.

사랑니의 재활용이 가능한 것은 컴퓨터를 접목한 치아이식 분야가 발달했기 때문이다. 사랑니가 어금니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은 이렇다. 우선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사랑니의 모형을 뜬다. 이후 어금니를 빼내고 사랑니를 이식할 턱뼈에 사랑니가 딱 맞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사랑니 뿌리 모양과 같은 홈을 판다. 그 다음 사랑니를 빼 이식한다. 이 수술의 성공률은 90% 이상이다.

자신의 사랑니를 이식하면 임플란트와 비교해 이물감이 없고, 음식을 씹을 때도 자연스러운 느낌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시술비도 임플란트보다 저렴하다. 따라서 건강한 사랑니를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임신 계획이 있는데 사랑니를 간직하고 싶다면 임신 전 꼭 치과 검진을 받도록 한다.

황운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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