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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월드컵 준비 '암행감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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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관광안내소의 천장이 낮고 안이 어두워 마치 구두수선소 같다.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고 직접 들어가 문의할 수 있도록 바꾸는 게 좋을 듯'.
세종대 영어과 알베르토 자키니(43·캐나다)교수의 수첩에는 지난해 3월부터 강의와 상관없는 이런 깨알 같은 메모가 가득하다. 새서울자원봉사센터에 '월드컵 외국인 모니터'로 등록하면서다.
지난달 그는 며칠 동안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공중화장실마다 들어가 고장난 곳은 없는지 등 이것저것을 점검했다. 월드인(World Inn·월드컵조직위 지정 숙박업소)을 조사할 때는 모텔에서 하룻밤을 머물면서 불편사항들을 조사했다.
자키니 교수는 "5년째 살다보니 서울이 고향이나 다름없다"며 "강의와 연구에 바쁘지만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섰다"고 말했다.
서울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이 우리의 월드컵 준비에 힘을 합치고 있다. 지난해 3월 60여명으로 발족해 현재 1백20명으로 늘어난 '외국인 암행모니터'들. 새서울자원봉사센터가 외국인의 입장에서 준비상황을 점검키로 하고 각국 대사관과 국제대학원이 있는 대학에 안내문을 보내 모집한 자원봉사자들이다.
교수·학생·학원강사·주부 등 다양한 직업에 미국·일본·중국·프랑스·독일·브라질·카메룬은 물론 월드컵 무대에 진출하지 못한 파키스탄·인도네시아 등 다양한 국적을 갖고 있다.
이들이 지금까지 점검한 부문은 시티투어버스·월드인·공중화장실·관광안내소·월드컵 개장행사·월드컵홍보관·택시·서울시 홈페이지 등 여덟 가지. 주로 e-메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두 달에 한번씩 모여 그동안 개별적으로 현장을 점검하면서 메모한 것들을 보고서로 작성, 서울시에 제출해왔다.
이 보고서는 대부분 현장개선 작업에 반영됐다.
이태원과 명동의 관광안내소는 최근 안이 들여다보이고 쉽게 들어가서 물어볼 수 있는 개방형으로 바뀌었고, 남대문시장·덕수궁 안내소도 월드컵 전에 새 단장을 할 예정이다.
장혁재 서울시 월드컵기획담당관은 "우리가 소홀하게 여겼던 부분이나 지나치게 우려했던 부분들을 외국인의 눈으로 지적해줘 효율적인 월드컵 준비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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