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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팔다리 되어 영화관 등 매주 나들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개학을 맞은 서울 은평구 갈현동의 황성하(黃聖夏·18·선정고2)군은 봉사의 즐거움과 함께 많은 친구들을 얻은 지난 겨울방학을 잊을 수 없다. 黃군은 같은 학교 친구 33명과 그 가족 등 1백30여명과 함께 매주 한 차례 이상 은평구 구산동의 은평천사원을 찾았다. 부모가 없는 정신지체·뇌성마비 장애인(4~34세)들과 나들이하기 위해서다.
이들이 자원봉사단을 만든 것은 지난해 12월. 천사원에서 5년째 봉사활동을 해온 黃군이 부모님께 "이번 방학 때만이라도 엄마·아빠가 함께 가자"고 졸라댄 것이 계기가 됐다.
黃군은 "바깥 구경을 간절히 원하는 장애인 친구들과 나가 놀고 싶어도 천사원측에서 어린 학생에게 장애인을 맡길 수 없다고 해 부모님을 끌어들였다"고 말했다.
막내아들의 설득에 이끌린 어머니 윤옥희(尹玉姬·52)씨는 곧바로 다른 학부모에게 연락해 32가족으로부터 승낙을 얻어냈다.
가족들의 가장 큰 걱정은, 장애인의 나들이를 보살피려면 힘쓸 일이 많은데 아버지들이 과연 흔쾌히 참가할지였다.그러나 대부분의 아버지들이 천사원 아이들을 한번 만나본 뒤 가장 적극적으로 변했다.
학부모 김헌성(金憲成·47·회사원)씨는 "식구들의 성화에 못이겨 한두 번만 가고 그만둘 생각이었는데 아이들의 맑은 눈을 보니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장애인과 함께 눈썰매장·영화관·목욕탕을 찾았다.새해 첫날에는 떡국도 같이 먹었고 가족별로 결연을 맺은 장애인을 집에 데려와 며칠간 함께 머물기도 했다.
선정고교생 가족들은 개학 후에도 계속 천사원을 찾을 계획이다.천사원 문상철(文相喆·17·정신지체2급)군은 단짝이 된 배진수(裵珍秀·17·2학년)군 가족이 "앞으로도 매주 찾아오겠다"고 약속하자 환한 표정을 지었다.
선정고 졸업생인 천사원 조성아(趙聖雅·40·여)후원실장은 "후배들이 진정한 봉사의 의미를 깨닫는 것을 보면서 너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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