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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문화공동체 포럼 탄생 한·중·일,무엇이 같고 다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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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13면

"한·일 간, 중·일 간, 그리고 한·중 간 상호 반목으로 점철된 지난 세기를 넘어 동아시아 상생의 21세기를 열어가자."
한국·중국·일본의 학자와 문화예술인 60여명이 민간 차원의 지역적 연대모임 '동아시아 문화공동체 포럼'(대표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을 결성한다.
2년여의 준비 기간을 거쳐 태동한 이 포럼은 1일 오전 10시 성공회대 피츠버그홀에서 출범식을 열고 3일까지 사흘에 걸쳐 '신자유주의하 동아시아의 소통과 상생'을 주제로 국제학술회의와 문화예술행사를 동시에 개최한다. 성공회대 사회문화연구소(소장 이영환 교수)와 공동주최다. 셋째날 행사는 강원도 원주 토지문학관에서 열린다.
문화예술계 인사로 시인 김지하·김민기 극단 학전 대표·화가 홍성담·시인 김정환·영화인 명계남씨 등이 참여해 이번 행사가 단지 이론적 모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을 통한 감정적 공유의 끈까지 형성하는 계기를 마련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이 포럼이 주목되는 것은 최근 유행하는 동아시아 담론에서 한발짝 더 나간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동아시아 담론은 주로 한·중·일 사이의 지역적·전통적 동질성을 강조하는 데 그친 경향이 있다. 물론 이런 경향은 서구에 의한 20세기 타율적 근대화 과정에서 잊혀진 전통을 복원하려는 노력이었다. 그러나 동아시아에서 20세기는 아시아국가에 의한 아시아국가의 침탈과 지배라는 지우기 힘든 상처도 동시에 간직하고 있다. 더욱이 중국과 일본이 동아시아의 주도권을 차지하려는 움직임은 감정의 골을 깊게 하면서 3국간 이해의 지평을 넓히는 데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이번 제1차 국제회의는 동질성을 강조하기 이전에 서로간 무엇이 얼마나 다른지 감정의 차이까지 확인하면서 동시에 공동의 문제의식을 도출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포럼의 준비 책임을 맡은 백원담(성공회대 중문학과)교수는 말한다. 기조강연을 맡은 신영복 교수는 '21세기 동아시아의 새로운 관계지향을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향후 이 포럼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신교수는 "민족·종교·언어·관습·전통·문화·체제 등 모든 차이가 다양성으로 승인되고 공존하는 평화구조야말로 비로소 새로운 문명이며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강조한다. 첫째날 중국측에선 훙쯔청(洪子誠)베이징대 교수가 '21세기 동아시아의 문화적 전통과 현재적 의미'를, 일본측에선 사카모토 히로코(坂元ひろ子) 히토쓰바시대 교수가 '동아시아 문화공동체 방향에 대한 제안'이란 기조강연을 할 예정이다. 둘째날엔 김지하 시인이 '기우뚱한 균형'이란 제목의 기조강연을 한다.
왕후이(汪暉)중국 사회과학원 교수 등이 참여할 학술세미나 이외에 문화 이벤트로는 연극 '지하철 1호선'의 중·일 공연에 대한 슬라이드와 영화 '박하사탕' 상영, 그리고 판소리 공연 등을 꼽을 수 있다. 공연 후엔 3국의 젊은 연구자들이 서로 어떻게 느꼈는지를 토론할 예정이다. 일반인 참가도 가능하다. 02-2610-4285.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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