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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피치] 176. 한국야구도 선수 몸가짐 교육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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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별 다섯개짜리 한 호텔의 로비. 은은한 조명에 감미로운 음악이 흐른다. 시선을 잡아끌 만큼 맵시를 뽐낸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띈다. 그 가운데 메이저리거가 있다. 그들은 젊음과 부를 한 손에 쥐고 있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평균연봉 250만달러의 고소득자다. 그들은 한 시즌의 반을 호텔에서 지낸다.

매력적인 젊은 여인이 한 선수에게 다가간다. 누구나 한번쯤 쳐다보게 만드는 미모다. "○○○선수죠? 어제 경기는 너무 멋졌어요. 지금 혹시 시간 괜찮으세요?" 넘치는 젊음과 에너지가 선수들에게 있다. "저… 괜찮다면 방에 올라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여인의 적극적인 대시에 메이저리거는 마음이 움직인다. 잠깐의 대화가 오간 뒤 커플은 엘리베이터에 함께 오른다.

선수의 방이다. 여인의 유혹에 빠진 선수는 당연하다는 듯 여인의 팔을 잡아 끈다.

그 순간, "도와줘요! 누구 없어요!" 여인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 소리치기 시작한다. 메이저리거는 당황한다. 진정시키려고 하지만 여인은 막무가내다. 곧 관리자나 경찰이 현장에 도착한다.

이제 주도권은 여인에게 있다. 그녀는 자신이 원하지 않았는데 선수가 강제로 자신을 성추행하려 했다고 증언한다. 정말로, 말 그대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었을 뿐인데 선수가 팔을 잡아끌고 육체적 접촉을 시도했다고. 손자국이 선명한 팔뚝을 내보이면서.

결국 선수는 합의금으로 수천, 혹은 수만달러를 건넨다. 문제가 커질 경우 더 큰 명예의 손상이 뒤따르고, 소송으로 번지면 복잡한 절차가 진행되는 걸 원치 않아서다.

이 얘기는 박찬호가 소개한 메이저리거 품행교육에 등장하는,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노조는 매년 스프링캠프 때 미 연방수사국(FBI)의 도움을 얻어 선수 품위 유지를 위한 교육을 진행한다. 위와 같은 사례를 들며 ▶호텔로비에서는 낯선 사람과 접촉하지 말 것▶원정경기에서는 혼자 다니지 말고 동료들과 함께 어울릴 것 등 구체적인 대처방법을 일러준다고 한다. 선수들은 이런 윤리.도덕 교육을 통해 경각심을 얻고 몸가짐을 돌아볼 기회를 갖는다. 이런 교육은 재발을 방지한다는 차원에서도 긍정적이다.

성공한 운동선수의 올바른 행동을 교육하는 범주에는 사회적 물의를 빚은 많은 사례들이 포함될 것이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일어난 사건들이 그 본보기다. 성매매로 물의를 빚은 콜로라도 로키스 투수 대니 네이글, 복잡한 사생활 탓에 4일 만에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감독에서 해임된 월리 백맨, 부적절한 약물을 경기력 향상의 수단으로 삼은 배리 본즈까지.

한국야구에도 올해 유난히 그런 사례들이 많았다. 전체 판도를 뒤흔든 병역비리부터 올스타 MVP 정수근의 음주사건 등. 그들이 누리는 명예와는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었다.

그 해답은 결국 교육이다. 가르치고 일깨워서 스스로 품위를 지켜야 가치가 높아진다. 한국야구위원회와 선수협.구단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함은 물론이다. <텍사스에서>

이태일 야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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