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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용차, 디젤의 유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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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힘 좋은 디젤엔진이 덩치 큰 차의 전유물이 아니다. 국내에도 내년부터 디젤승용차 시대가 열린다. 승합차에 이어 승용차에도 디젤 엔진 장착을 정부가 허용한 때문이다.

디젤차는 휘발유차에 비해 연비가 높고 유지비도 적게 든다. 최근에는 친환경적인 디젤 엔진도 등장했다. 그래서 자동차 선진국인 서유럽은 자동차 시장의 절반 이상을 디젤차가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공해나 소음 등 디젤차가 해결해야 할 문제도 적지 않다.

내년에는 우선 유럽의 배기가스 배출 기준인 ‘유로3’에 적합한 디젤승용차가 선보인다. 정부는 2006년부터 한층 까다로운 ‘유로4’ 기준의 디젤승용차만 판매를 허용할 방침이다. 새로운 시장을 놓고 자동차 업체들은 이미 치열한 경쟁에 들어갔다.

◆ 내년에 쏟아질 디젤승용차=현대차는 내년 4월 뉴아반떼XD.라비타.베르나의 디젤모델을 내놓는다. 내년 하반기에는 디젤엔진을 장착한 신형 쏘나타도 선보일 예정이다. 기아차 역시 쎄라토.리오.옵티마 등에 디젤 엔진을 얹히기로 했다. 현재 유럽에 수출하는 '승용디젤 1.5''승용디젤 2.0'엔진을 장착할 예정이다. 2006년부터는 유로4 기준에 맞게 개발 중인 'U엔진''D엔진'(프로젝트명)을 장착하고 매연절감장치도 추가한 새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는 장기적으로 모든 승용차 모델에 디젤 엔진 장착을 계획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내년 하반기에 디젤 SM3를 내놓을 계획이다. 또 2006년에는 GM대우가 디젤승용차를 선보이고 쌍용차도 이 무렵 체어맨을 기본 모델로 한 디젤승용차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 김조근 이사는 "디젤 승용차 시장이 내년 2만대를 시작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고유가 현상이 디젤 승용차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벌써 업체간의 신경전도 한창이다. GM대우는 최근 내년부터 현대.기아차 등이 내놓는 유로3 기준의 디젤승용차 판매를 총량 규제해야 한다고 환경부에 건의했다. 일년 늦게 디젤승용차를 내놓을 GM대우로선 현대.기아차가 새 시장을 선점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 비싼 값이 걸림돌=디젤승용차 시장의 걸림돌은 비싼 차 값과 정부의 경유값 인상 추진이다. 디젤차는 휘발유차 보다 대당 200만~300만원 이상 비싸다. 그러나 현대차 관계자는 "디젤엔진이 연비가 좋고 유지비가 적게 들어 2년 정도 운행하면 동급 휘발유 차량보다 경제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부도 내년에 유로4 기준의 디젤승용차를 구입할 경우 특별소비세 50%를 감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현재 100대 70인 휘발유와 경유값의 비율을 단계적으로 100대 85까지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디젤승용차에는 악재다. 이와 함께 휘발유차보다 소음이 심하고 승차감이 떨어지는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업계는 디젤승용차 시장을 낙관하고 있다. 다만 저공해 디젤엔진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특소세.취득세.자동차세 등을 감면해 휘발유차와 가격 차를 좁히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수입 디젤차도 대거 출시=첨단 디젤엔진 기술은 서유럽 업체들이 한수 위다. 메르세데스-벤츠.BMW.르노.폴크스바겐 등은 1970년대부터 저공해 디젤엔진 개발에 노력해왔다. 벤츠는 97년 연료를 고압으로 분사해 연비를 높이고 배기가스 배출량은 획기적으로 줄인 커먼레일 디젤엔진을 개발했다. 친환경적인 이 엔진은 진동과 소음이 적어 세계 각국의 자동차업체들이 채택하고 있다. 푸조도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절반 이상이 디젤차다.

이에 따라 수입 디젤 승용차 초기 시장은 독일.프랑스 업체들이 선점할 것으로 보인다. 푸조는 내년 1월 중형세단 407과 미니밴 407W의 디젤모델을 국내에 들여온다. 아우디코리아도 내년 상반기중 A6의 디젤모델인 A6 3.0 TDI와 A4 2.0 TDI를 내놓고, 다임러크라이슬러는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인 그랜드 체로키의 디젤 모델 등을 시판할 계획이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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