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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재즈 넘나드는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 전화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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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2004년, 2007년 두차례 내한한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이 3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대중성과 실력을 동시에 갖춰 ‘클래식의 수퍼스타’로 불린다. [크레디아 제공]

1981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가 14세 바이올리니스트와 무대에 섰다. 미국 인디애나 태생의 조슈아 벨이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바이올린을 테니스와 비슷한 정도의 취미로 여겼던 소년이다. 하지만 독특할 정도로 부드러운 음색은 곧 화제에 올랐다. 러브콜이 이어졌다. 85년 뉴욕 카네기홀 데뷔, 같은 해 에이버리 피셔 커리어 그랜트 수상 등 화려한 경력을 쌓아갔다.

눈부신 재능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던 신동은 올해 마흔셋이 됐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자리를 20년 동안 지켜온 벨을 전화로 만났다. 그는 “1년에 약 130회 연주를 하는데, 도무지 줄일 수가 없다”며 입을 열었다.

벨은 요즘 공연을 위해 미네소타에 머물고 있다. 클래식 아닌 장르에 대한 호기심, 색다른 시도에 대한 열정으로 수퍼 스타로 성장해온 그다. 가수 스팅, 배우 메릴 스트립, 재즈 아티스트인 윈톤 마샬리스 등 함께 작업한 동료의 면면도 특출나다. 벨이 미국에서 클래식 연주자보다 ‘연예인’으로 취급되는 이유다. 아카데미 음악상, 네 번의 그래미상 또한 그의 인기를 말해준다.

“영화에 출연, ‘배우 데뷔’를 하는 바람에 클래식계 보기 드문 유명인이 된 게 아닌가”라고 묻자 그는 웃음부터 터뜨렸다.“‘뮤직 오브 하트’라는 10년 전 영화였는데 메릴 스트립과 함께 나왔기 때문에 주목 받은 것 같다. 하지만 그 영화의 음악 감독을 맡았던 것이 더 큰 임무였다”고 했다. 그는 영화 ‘레드 바이올린’ ‘라벤더의 연인들’ 등에서도 음악 감독을 맡았다.

스팅과의 친분에 대해 물었다. 그는 지난해 나온 마지막 앨범에서 스팅과 함께 17세기의 노래 ‘컴 어게인(come again)’을 녹음했다. “스팅과는 몇 년 전 그래미 시상식에서 만났다. 내가 슈만을 연주할 때 내레이션을 맡았는데, 그가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많아 친구가 됐다. 앞으로도 함께 연주할 가능성이 크다”고 대답했다.

그는 3년 전에는 워싱턴 지하철역에서 모자를 눌러쓰고 연주하는 실험을 하기도 했다. 45분 동안 1000여명이 스쳐 지나갔고 일곱 명이 멈춰 연주를 들었던 것을 두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국적인 스타의 연주도 사전 정보 없이는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는 기사를 실어 퓰리쳐상을 받았다. “색다른 관점에서 음악을 보는 일에 흥미를 느껴서 한 일이죠. 새로운 것은 늘 즐겁지 않습니까.”

다양한 활동이 연주에도 생명력을 주는 걸까. 그는 “사실 연주 활동의 95%는 몇 백 년 전의 클래식 음악”이라고 말했다.

“연주자는 늘 학생입니다. 많은 사람들과 만나는 것도 더 배우기 위해서죠. 예를 들어 재즈 연주자들과 함께 음악을 하고 나면 클래식 연주에도 큰 도움이 되요. 즉흥적으로 리듬을 처리하고 연주하는 것은 클래식에서 쉽게 배울 수 없는 레슨이죠.”

죠슈아 벨이 3년 만에 내한 공연을 한다. 영국의 아카데미오브세인트마틴인더필즈 오케스트라와 함께 멘델스존을 연주한다. 직접 작곡한 카덴차(오케스트라 없이 독주하는 부분)을 들을 수 있다. 그는 “어려서부터 작곡가가 되고 싶었다. 새로운 음악을 만드는 데에 색다른 경험 만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몇 년 후에는 더 새로운 조슈아 벨을 만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음 한국 공연에서는 조슈아 벨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 등을 연주할지도 모른다”고도 했다.

◆조슈아 벨 내한공연=22일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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