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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컵] '거미손' 이운재, 4강 잡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수비라인의 집중력 부족은 사라졌지만 득점력 '빈곤'은 여전한 해결과제다.

하지만 공.수의 핵인 일본 3인방(황선홍.최용수.유상철)과 이천수가 소속팀 복귀와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속에서도 승리를 따냄으로써 팀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28일(한국시간) 미국 패서디나 로즈보울 경기장에서 벌어진 북중미 골드컵 8강전에서 연장전까지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골키퍼 이운재의 선방에 힘입어 4-2로 멕시코를 꺾고 오는 31일 오전 11시 코스타리카와 결승 진출을 다투게 됐다.

한국은 전반 2분 멕시코의 스트라이커 아돌포 바우티스타의 슈팅이 골포스트를 맞고 나오는 등 불안한 출발을 했다.

전반 10분이 지나면서 한국은 경기를 주도해 나가기 시작했고, 좌.우 측면돌파에 이어지는 센터링과 중앙에서 달려들어가는 선수에 대한 침투패스가 먹혀들어가며 다양한 공격루트를 활용할 수 있었다.

김도훈.차두리 투톱은 좌우에서 활발하게 움직였고, 이영표와 김남일의 공격 가담도 효과적이었다. 전반 29분 차두리의 센터링을 김도훈이 헤딩으로 박지성에게 밀어줬고, 박지성이 마무리를 짓는 장면도 그간 경직된 플레이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한국의 공격은 후반 들어 더욱 거셌다. 전반 멕시코(6개)보다 3개가 적은 단 3개의 슈팅을 기록했던 한국은 후반에는 11개나 많은 15개의 슈팅을 날렸다.

후반 10분 코너킥을 이어받아 차두리가 헤딩으로 밀어준 공을 김도훈이 크로스바 위로 넘겨버렸고, 김도훈 대신 투입된 이동국 역시 후반 25분 송종국의 스루패스로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맞았지만 '홈런'을 날렸다.

연장 4분 김남일과 5분 이영표가 날린 슈팅은 정확했지만 위력이 없었다는 점에서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승부차기에서 골키퍼 이운재와 키커로 나선 이을용.이동국.최성용.이영표는 무서운 집중력을 보였다. 이운재는 멕시코의 3,4번 키커인 루이스 알폰소 소사와 이그나시오 이에로의 킥을 막아냈고, 4명의 키커는 모두 정확히 골문을 갈랐다.

한편 미국은 8강전에서 브라이언 맥브라이드의 해트트릭에 힘입어 엘살바도르를 4-0으로 대파하고 캐나다와 준결승전에서 맞붙게 됐다.

▶거스 히딩크 감독

전반적으로 경기를 리드했고 진지하게 플레이했다. 승리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신체적 접촉이 많은 전반이었지만 선수들이 승부 근성을 발휘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안정됐고 후반에는 전술적으로 상대보다 나았다. 우세한 경기에서 결정적인 골 찬스를 놓치고 승부차기에 들어가면 지는 경우가 많지만 오늘은 끝까지 잘해줬다.

▶하비에르 아기레 멕시코팀 감독

최선을 다했지만 승부차기에서 아쉽게 졌다. 경기 내내 선수들이 많은 실수를 했고, 그 가운데서도 결정적인 실수를 승부차기에서 저질렀다.

이번 대표팀이 경험이 부족한 젊은 선수들로 구성돼 있지만 참 잘해줬다. 그들의 가능성은 밝다. 겉으로 드러난 점수는 0-0이지만 한국이 훨씬 더 많은 공격을 했다.

패서디나=장혜수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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