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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주민 신뢰로 건설한 일본 원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원자력발전시설이나 핵폐기물 처리시설은 일본에서도 '혐오시설'이다.

전체 전력생산량 가운데 원전 비중(2001년 말 기준)이 36%인 일본 정부는 에너지 자급도를 높이고 지구온난화 등 환경오염 방지를 위해 원전 도입을 확대하려 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큰 난관에 부닥쳐 있다.

지난해 5월 니가타(新潟)현 가리하(刈羽)와 11월 미에(三重)현 미야마(海山)에서는 지역주민의 반대로 건설계획이 무산됐다. 1999년 이바라키(茨城)현 도카이(東海)에서 방사능 오염사고로 두명이 사망한데다 정부와 기업이 적지 않은 원전사고를 숨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주민들의 불신감이 증폭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오모리(靑森)현 최북단의 무쓰(陸奧)만 일대가 큰 잡음 없이 일본 최대의 '원전에너지 기지'로 바뀌고 있는 점은 매우 흥미롭다.

이미 이 지역에 우라늄 농축공장과 방사성 폐기물 저장관리센터를 가동 중인 일본 원연(原燃)은 2005년 완공예정으로 이곳에 핵폐기물 재처리공장을 짓고 있다. 이 지역에 원전을 짓고 있는 전원(電源)개발도 부근에 원전을 추가 착공할 예정이다.

아오모리현이 단순한 원전 유치 차원에서 탈피, 지역경제 골격을 환경.에너지산업 중심으로 바꾼다는 계획 아래 체계적 행정으로 주민의 동의를 구하고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아오모리현은 홋카이도(北海道)와의 사이에 있는 쓰가루(津輕)해협을 이용, 사할린 유전의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유치를 계획하고 있고, 신에너지 개발 및 도입, 저공해차 보급,폐기물 억제, 저에너지 산업구조 도입 등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아오모리현은 지난 17.18일 무쓰시(市)에서 일본.독일.한국.뉴질랜드의 저명한 신에너지.환경관련 전문가 20여명을 초빙, 환경 NPO(비정치단체)'에코'와 공동으로 '아오모리 에너지 포럼'을 열었다. 민간단체인 '에코'가 먼저 포럼을 제안했다는 점이 의외였다. 포럼에 대한 주민호응도 꽤 높았다.

일본원연도 이 지역에 대형 홍보센터를 설립,원전 정보를 공개하고 수시로 지역주민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어 신뢰쌓기에 주력하고 있다.

무쓰만의 원전기지화는 결국 지역정부와 기업이 주민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신뢰를 쌓으면 '혐오시설' 유치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오대영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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