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장치 없는 차량 급발진 사고 업체서 책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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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차량 급발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장착하는 안전장치를 달지 않아 급발진 사고가 발생했다면 차량 제조사가 피해자들에게 손해를 물어주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인천지법 제6민사부(부장판사 黃漢式)는 25일 朴모씨 등 42명이 급발진 사고를 당했다며 대우자동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0대의 차량은 유통 당시의 기술 수준과 경제성에 걸맞은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한 책임이 인정된다"며 2백만~5백12만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나머지 32대에 대해서는 "안전장치 미설치와 사고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는 데다 운전자의 오조작 가능성도 있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이번 판결은 현재 법원에 계류 중인 유사 급발진 차량사고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미국.일본은 1990년께까지 급발진 사고 예방을 위해 시프트 록(Shift Lock)을 대부분 차에 달아 상당한 효과를 보았다"며 "대우자동차도 94년부터 '급출발 방지장치'라고 소개하며 프린스 차종에 달기 시작한 만큼 그 이후 생산된 사고 차량에 이를 장착하지 않은 것은 과실"이라고 밝혔다.

제조원가가 대당 3천5백원인 시프트 록은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으면 변속기의 선택레버를 주차위치에서 다른 위치로 옮길 수 없게 하는 일종의 급발진 방지장치다.

이에 대해 대우차 관계자는 "해당 차량들의 결함이 없는데도 제조사 책임이 아닌 안전장치 미설치를 들어 판결을 내린 것은 부당하기 때문에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서울지법 남부지원은 지난해 9월 급발진 차량 주인에게 지급한 보험금 만큼을 되돌려달라며 S보험사가 차량 제조사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제조사는 보험사에 1천1백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성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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