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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포로 법적지위 논란] 유럽등 인권침해 비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오전 5시20분.쿠바 남동쪽 카리브해에 면한 미 해군기지 관타나모내 캠프 'X레이'수용소. "담대하라.알라가 우리를 구할 것이다"라는 아랍어 방송과 함께 이곳에 수감된 탈레반.알 카에다 출신 전사 1백58명의 하루는 시작된다.외관상 이곳은 평온하다.

그러나 이들의 지위를 놓고 국제 사회는 미묘한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미국은 이들을 구금자로,유럽과 국제인권단체들은 전쟁포로로 규정하고 있다.이 문제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정당성뿐 아니라 향후 국제사회의 지지 확보와도 직결되는 민감한 사안이 돼가고 있다.

지난 19일 AP 통신이 전세계에 타전한, 관타나모 기지에 수용된 아프가니스탄 탈레반과 알 카에다 전사들의 사진은 영국 등 서방 국가와 국제인권단체들을 자극했다.

손이 결박돼 있고, 눈.귀.입이 가려진 이들의 모습을 보고 영국이 제일 먼저 항의하고 나섰다. 영국 정부는 20일 미국에 해명을 요구했고 유럽연합(EU)의 하비에르 솔라나 외교담당 조정관도 21일 이들을 전쟁포로로 대우하라고 미국에 요구했다.

독일도 22일 가세했다. 요슈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은 이날 "탈레반과 알 카에다 포로들의 신분이 아직 결정되지 않은 만큼 이들을 전쟁포로로 대우해야 한다"고 미국에 요구했다. 국제적십자사도 미국을 비난했고, 국제앰네스티는 미군측에 수용소 내 인권 상황을 조사해야겠다면서 방문을 허가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들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 중 미군에 생포된 사람들을 일단 '전쟁포로'로 대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의 신분에 의문이 발생할 경우 독립된 재판소가 이를 결정할 때까지는 제네바 협약에 따라 일단 포로로 대우해야 한다는 것이다. 크리스 패튼 EU 대외관계 집행위원은 "이들을 잘못 다루면 대 테러전선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도덕적 기반이 상실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베를린=유재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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