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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작년 '李게이트 몸조심수사' 시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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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용호 게이트'에 대한 지난해 대검 중수부의 수사가 전형적인 '눈치보기 수사'였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신승남(愼承男)전 검찰총장의 동생 승환(承煥)씨에 이어, G&G그룹의 주가조작 소재로 사용된 진도 보물 발굴사업의 지분을 가진 것으로 드러난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처조카 이형택(李亨澤.60)전 예금보험공사 전무에 대해 계좌추적조차 실시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검찰 주변에서는 대통령 인척과 검찰총장의 동생이 관련된 문제여서 당시 수사가 소극적으로 이뤄진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어 파문이 확산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대검 중수부 관계자는 최근 "李씨와 이용호씨가 발굴 사업자 소개비 명목으로 금품이 오가지 않았다고 일치된 진술을 해 보물 사업 개입에 대한 수사를 일찍 마무리했다"며 "李씨의 신분을 고려할 때 드러난 혐의가 없는 상태에서 계좌추적을 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李씨가 김대중 대통령의 자금을 관리한 전력이 있어서 그의 계좌를 추적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본지 기자의 질문에 "그런 측면이 있다"고 말해 李씨 수사가 뜻밖의 사태로 발전할 가능성을 의식했음을 시인했다.

대검이 당시 李씨의 계좌를 추적했다면 李씨가 보물사업자 吳모(34)씨에게 돈을 주고 발굴 수익지분을 받은 사실 등 보물사업 개입은 물론 이용호씨의 주가조작 경위도 더욱 충실하게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이용호 게이트'를 수사 중인 차정일(車正一)특별검사팀 관계자는 22일 "대검 수사 결과에 관련자 진술 등 이형택씨 부분이 제대로 확보돼 있지 않은 상태"라며 "한달여 동안 李씨의 계좌추적 작업을 벌여왔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李씨를 소환하기에 앞서 李씨가 접촉한 국정원.행정부처 공무원들을 조만간 소환하기로 했다. 특검 관계자는 "공무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李씨의 청탁 혐의가 드러나면 알선수재 혐의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검팀은 이날 李씨와 함께 보물 발굴 지분 계약을 한 吳모씨 등 3명을 불러 "이용호씨를 소개해 주고 5천만원 정도를 투자한 대가로 李씨에게 15%의 지분을 줬다"는 진술을 받았다.

한편 李씨는 보물 발굴 사업과 관련, 유명 역술인과 만난 이용호씨를 사업 인수자로 추천받고, 국정원을 통해 직접 보물 발굴 사업 타당성을 조사케 하는 등 깊이 개입했음이 추가로 밝혀졌다.

장정훈.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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