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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호 기자의 e-스토리] SK컴즈 커넥팅이 주목받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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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의 SK커뮤니케이션즈(SK컴즈)는 요즘 활기찬 분위기다. 3층 사내 카페엔 임직원이 협력사 직원이나 고객과 밝은 표정으로 모바일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운다. 8분기 연속 적자 터널에서 빠져나와 올 1분기까지 두 분기 연속 흑자를 낸 터다.

이 회사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란 말이 생소하던 2000년대 초반 ‘싸이월드’ 미니 홈페이지 서비스를 내놓아 2006년 해외에 이름을 떨칠 정도로 최전성기를 구가했다. 공교롭게 그때를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싸이월드의 성공에 도취해서인지 변신을 꺼렸다. 영업수지는 적자로 돌아서고, 신규 서비스는 족족 외면당했다.

그러던 회사가 올 들어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게임사업을 CJ인터넷에 위탁하는 등 문어발처럼 벌인 서비스를 과감히 정리했다. 본업인 SNS는 유선에서 모바일 중심으로 탈바꿈했다. 또 트위터 등 인기 SNS의 강점을 따온 새로운 서비스를 여럿 내놨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3월 유선 SNS로 선보인 ‘커넥팅(connecting)’이다. ‘140자 문자혁명’을 일으킨 트위터처럼 150자 단문으로 사이버 공간에서 소통하는 서비스다. 출시 직후 국내 SNS 순위가 트위터에 이어 2위로 뛰어올랐다. 두 달 만에 회원이 50만 명을 넘어서는 등 선발 NHN ‘미투데이’와 함께 국산 양대 SNS로 자리 잡았다.

커넥팅은 개방화라는 시대 흐름과도 부합한다. 주형철 SK컴즈 대표는 신규 서비스를 SK텔레콤뿐만 아니라 KT·LG텔레콤에 지원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지난달 말 커넥팅의 스마트폰용 서비스를 KT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이상 앱)으로 선보인 것이 한 예다. 모회사인 SK텔레콤의 안드로이드폰용 앱을 개발 중이지만, 다른 통신회사 서비스가 나와 먼저 제공했다는 것이다.

커넥팅의 탄생 배경과 성장 과정을 들여다 보면 SK의 경영문화도 엿볼 수 있다. 최태원 회장 등 최고경영진이 강조하는 ‘따로 또 같이’ 경영철학이 녹아있다. SK컴즈가 수년간 기를 펴지 못한 데는 SK텔레콤의 참견도 한몫했다는 시각이 있다. SK컴즈가 모바일 서비스를 추진하려고 하면, SK텔레콤은 ‘우리 사업’이란 이유로 제동을 걸었다. 하성민 휴대전화부문 사장은 올 들어 “웬만한 모바일 콘텐트 사업은 경쟁력을 갖춘 SK컴즈에 넘기라”고 교통정리를 해줬다.

그러다 보니 SK텔레콤이 알짜배기 모바일 콘텐트인 ‘무선 네이트’를 SK컴즈로 이관할지 여부가 요즘 업계의 관심사다. SK컴즈가 설움 받던 ‘서자(庶子)’에서 당당한 ‘적자(嫡子)’로 복귀하는 시금석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한 해 수천억짜리 사업을 쉽사리 내 줄 수 있느냐’는 SK텔레콤 내부의 반발로 이관이 차일피일 미뤄진다는 소문까지 있어 귀추가 더욱 궁금하다.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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