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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교육감’ 공동 전선 구상 … MB 교육에 맞서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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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진보 교육감은 현정부의 경쟁 위주 교육에 반대해왔다. 이 때문에 정부 정책과는 색깔이 다른 다양한 정책이 시행될 가능성도 있다. 학력 신장보다 인성교육을 강조하는 지역 등이 나타날 수 있게 된 것이다.

과거만 해도 교과부가 정책을 추진하면 시·도교육감은 이를 따라야했다. 교과부 장관의 권한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정부가 2008년부터 추진한 학교 자율화 정책이 역설적으로 시·도교육감의 권한을 키워줬다. 교과부가 가진 권한을 시·도교육감에게 대거 이양한 것이다. 이 정책은 2년 만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진보 교육감은 교과부로부터 물려 받은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정부 정책에 저항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 교과부의 전교조 교사 징계 방침에 저항한 것이다. 김교육감은 이 때문에 교과부로부터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고발까지 당하기도 했다.


김교육감 당선자는 2일 교육감 선거 개표 상황을 지켜보면서 “진보 교육감이 다섯이면 교육정책을 효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교과부의 교육 정책이 곳곳에서 먹히지 못할 수 있는 것이다. 이들 교육감의 임기는 2014년까지다. 현 정부의 임기보다 길다.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현정부는 남은 기간 내내 교육정책 마비 현상을 겪을 것”이라며 “정부와 시·도교육청 사이에 사사건건 대립과 갈등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현 정부의 정책 중 가장 어려움을 겪을 분야는 학교 다양화 정책이다. 이명박 정부는 ‘고교 다양화 300’ 정책을 추진해왔다. 자율형 사립고 100개를 설립하는 등 다양한 학교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진보 교육감들은 선거 기간 내내 자율형 사립고 확대에 반대했다. 지난해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 단 한 곳만 자율형 사립고 인가를 내준 게 그 사례다. 이들 지역에선 기존에 설립된 외국어고 등도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외고를 교육의 형평성을 깨는 사교육비 확대의 주범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진보 교육감들은 그 대신 경기도가 추진하는 ‘혁신 학교’ 모델을 해당 지역에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혁신학교는 학급당 학생 수가 25명 이하의 소규모 학급을 운영하며, 체험 위주 인성 교육을 실시하는 학교다. 학력 신장이나 입시 교육과는 관계 없는 학교다.

올해부터 전국 초·중·고에서 시행되고 있는 교원평가제도 추진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진보 교육감 당선자들은 “교원평가 방식을 바꾸는 등 현행 방식으로는 실시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다.

교과부의 영재 교육 확대 등 수월성 교육도 이들 지역에선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대신 이들 교육감은 학습부진아에 대한 대책을 강화할 전망이다. 혁신학교를 중심으로 교육 격차를 해소하고 기존의 학습 부진아에 대한 특별 지도를 한다는 계획이다. 학생인권조례도 생겨날 전망이다. 전남 장만채 당선자는 “학생은 교사와 상명하복의 관계가 아니라 동등한 인격체로 대접받아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라고 말했다.

◆전교조 교육감 탄생하기까지=1989년 설립된 전교조는 1999년 합법화된 뒤 2000년부터 교육의원 선거를 통해 세력을 확대했다. 전교조 출신 교육감 후보는 2000년부터 교육감 선거에 도전했다. 하지만 김상곤 교육감이 2009년 당선될때까지 번번이 선거에서 고배를 마셨다. 교과부 관계자는 “교육감 비리 사건을 계기로 교육감의 권한을 축소해야한다는 의견이 많은 만큼 교육감 권한 문제에 대한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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