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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국수화 경향이 외국인 참정권 막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일본에 정착해 수십 년을 살아도 국적을 바꾸지 않았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 일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35년째 재일동포의 참정권 획득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서용달(77·사진) 일본 모모야마가쿠인(桃山學院)대학 명예교수. 당초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의 집권을 가장 반긴 인물 가운데 한 명이 그였다. 그의 숙원인 외국인 참정권 문제가 일본 국회에 제출돼 해결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기대를 잠시 접었다.

포기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일본 사회의 우경화, 국수화 경향이라고 했다. 그는 “일본사회의 국수화 경향이 국제화의 방향으로 전환되지 않는 한 재일동포의 참정권 획득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한 평생 걸어온 길이기에 포기하지는 않는다. 일본이 진정 국제화를 지향하고 일류 선진국으로 대접받고 싶으면 외국인 지방선거 참정권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한국에서 처음 출간된 그의 책 『다문화공생 지향의 재일 한조선인』(도서출판 문)의 출판기념회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이 문제에 관한한 한국도 예외가 아니라고 했다. “진정한 국제화를 위해선 외국인이 귀화하지 않아도 5∼10년 정도 살면 사회구성원으로서의 기본적 권리를 누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1963년 외국인 최초로 일본 4년제 대학(모모야마가쿠인)에 전임강사로 임용됐다. 그 뒤 운명처럼 재일 외국인 권익신장을 위한 활동에 나섰다고 한다. 본래 회계학 전공 학자인 그가 외국인 인권 신장 활동을 병행해온 과정이 책에 담겨 있다. 고려대 일본연구센터 현대일본총서의 하나로 나온 이번 책에는 국제화 시대에 한국도 귀담아 들을 대목이 적지 않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외국인, 다문화의 공생 문제가 현안으로 대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뉴국제호텔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오재희 전 주일대사는 “그의 헌신에 힘입어 재일 한국인뿐 아니라 외국인 모두가 혜택을 보고 있다. 일본에서는 비교적 많이 소개된 그의 저술이 우리나라에서 이번에 처음 소개돼 다행이다”고 말했다. 이광규 전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은 “서 교수의 활동은 일본을 국제화시키고 일류 국가로 나아가게 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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