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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적으로 국립공원 여행하는 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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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어떻게 오를 것인가? 뉴스에서 새로운 희귀종이 발견되었다고 하면 그 장소는 대부분 국립공원이다. 그만큼 보전 가치가 높은 생명체들이 모여 살기 때문. 국립공원은 자연 경치가 뛰어난 지역의 자연과 문화유산을 우리 세대는 물론 다음 세대도 누릴 수 있도록 국가가 지정하고 관리하는 곳이다. 하지만 최근 ‘하이힐을 신고 지리산에 오른다’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돌 만큼 국립공원은 만만한 곳이 되었다. 실제로 덕유산의 최고봉인 향적봉까지 곤돌라가 설치되어 1614m나 되는 높은 산을 10여 분 만에 오를 수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덕유산을 찾게 되었지만 준비 없이 봉우리에 오르면서 훼손 지역도 점차 늘고 있다. 생태 환경 작가 박경화씨는 국립공원은 산을 정복하는 ‘등산’이 아니라 숲에 들어가서 보고 느끼는 ‘탐방’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땀 흘리며 자연과 교감하는 법도 배우고, 자연의 경이로움을 깨달을 수 있는 ‘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여행지에 대한 이해와 배려에서 시작되는 ‘천천히 기다리는 여행’ ‘생각하고 느끼는 여행’은 아름다운 곳을 더 오래 보기 위한, 결국 우리를 위한 일이다.
마음속으로 새기기, 극성이 아닌 배려가 절실한 변산반도 눈이 녹기도 전에 피어나는 변산 바람 꽃을 보기 위해 야생화 동호회 사람들은 일찍부터 변산으로 찾아든다. 이들 가운데 좋은 사진을 촬영하겠다는 마음만 앞서서 군락지를 함부로 밟고, 꽃을 뽑아서 사진 촬영하기 좋은 곳으로 옮기는 사람도 있다. 이른 계절에 꽃을 찾아 다니는 정성만큼이나 그들과 더불어 살 수 있는 지혜를 품을 때이다.
붐비지 않는 시간에 이용하기, 단풍 없이도 아름다운 내장산 내장산을 찾는 사람들의 80%는 단풍철에 다녀가기 때문에 해마다 가을이 되면 땅이 다져지고 훼손 정도가 심해 몸살을 앓는다. 산에 오르기 위해 들러야 하는 정읍터미널 한쪽 벽면에는 내장산을 ‘봄의 꽃천지, 여름의 하청음, 가을의 만산홍엽, 겨울의 동설주’로 설명하고 있다. 굳이 단풍이 아니더라도 내장산은 계절마다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는 의미이다.
정해진 탐방로만 이용하기, 더 물러날 곳이 없는 설악산의 야생 동식물 국립공원이 동네 뒷산과 다른 것은 보호 구역과 이용할 수 있는 곳의 구별이 엄격하게 나뉘어 있다는 것이다. 설악산은 1년에 300만 명이 넘는 탐방객이 찾아드는데, 엄청난 숫자보다 더 문제인 것은 정해진 탐방로를 넘어 샛길과 지름길을 만들고 보호 구역까지 침범한다는 것이다. 설악산에서 출입이 금지된 곳은 대부분 산양을 비롯한 야생 동물의 서식지이고, 멸종 위기 식물의 군락지이다. 이곳까지 사람들이 찾아들면 이들은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지역 환경에 적응하기, 홍도에서 섬사람 체험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하는 홍도는 대부분의 섬이 그렇듯 물이 넉넉하지 않다. 탐방객들은 수도꼭지에서 물이 졸졸 흐른다고 답답해할 뿐 주민들의 불편함에 관심 두지 않는다. 여행이 더 즐거우려면 여행지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필요한 법. 머무는 동안 섬사람처럼 생활해 보는 것이 특별한 경험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지저분한 흔적 남기지 않기, 원시림이 잘 보존된 지심도를 지키는 방법 한려해상국립공원인 지심도는 현재 국방부 소유이기 때문에 건물을 함부로 지을 수 없어 원시림이 잘 보존되어 있다. 하지만 최근 TV에 소개된 후로 방문객이 늘더니 덩달아 쓰레기 양도 늘었다. 숲에 몰래 버리는 사람들 때문에 태풍이 몰아쳤을 때, 거대한 쓰레기가 지심도를 덮치기도 했다.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이 바로 자연을 찾은 손님이 갖추어야 할 기본 예의이다. 숙소에서 생태적으로 머물기, 대피소에서 1박 2일 국립공원에는 여행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좋은 숙소들이 있다. 산 능선에 있는 대피소는 팍팍한 도시의 일상을 벗어나 깊고 울창한 숲에서 진정한 야생의 삶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천재지변이나 위급한 상황이 생겼을 때 대피하기 위한 용도로 생겨났지만, 지금은 하룻밤 머물면서 숙식을 해결하는 산장 개념으로 많이 이용하고 있다. 현재 하룻밤 묵어갈 수 있는 대피소는 지리산 6곳, 설악산과 덕유산 각각 2곳으로, 철저하게 생태 중심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보다 할 수 없는 것이 더 많다. 산 능선에 있어 물이 부족하고, 세제가 계곡 생태계를 오염시키기 때문에 빨래와 목욕은 물론 세수나 양치질도 할 수 없다. 식당이 없으니 먹을 거리와 취사도구를 모두 챙겨가야 하고, 남은 음식과 쓰레기는 되가져가와야 한다. 조금 불편하지만 내가 줄이고 아낀 만큼 자연에 도움이 된다면 이보다 더 보람찬 여행이 있을까? 문의 지리산 국립공원(055-972-7771 jiri.knps.or.kr) 설악산 국립공원(033-636-7700 seorak.knps.or.kr) 덕유산 국립공원(063-322-3174 deogyu.knps.or.kr) 기획_이미주 사진 및 참고 도서_『그 숲, 그 섬에 어떻게 오시렵니까』(양철북) 여성중앙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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