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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로요 필리핀 대통령 취임 1주년 맞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글로리아 마카파갈 아로요(사진) 필리핀 대통령이 20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부패 혐의를 받던 조셉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을 '제2의 피플 파워'로 축출하고 대통령직을 승계한 아로요는 내치(內治)보다는 외치(外治)성적이 나은 편이다.

필리핀은 최근 뉴욕시장에서 7억5천만달러어치의 채권을 발행하는 등 외국자본 유치가 이어지고 있다. 해외 투자가들이 필리핀을 신뢰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예다.

하지만 국민은 외국 투자가들 만큼 후한 점수를 주지 않고 있다. 여론조사기관인 펄스 아시아 서베이의 지난 11일 발표에 따르면 아로요의 지지율은 57%로 두달 전에 비해 6%포인트 하락했다. 57%도 결코 낮은 편은 아니지만, 하락세가 급격한 데다 아로요의 지지기반인 부유층도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펄스 아시아는 "지지도 하락은 전국적인 현상"이라며 "빈곤층뿐 아니라 부유층도 삶의 질이 나빠졌다고 믿고 있는 게 주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아로요는 지난해 4월 에스트라다 전격체포로 유발된 빈민폭동을 계기로 저소득층을 포용할 방책들을 내놓았다. 자신의 땅 3백만평을 희사하는가 하면 빈민담당 특사를 임명해 민심 무마에 힘썼다. 덕분에 중간평가 성격을 띤 5월 상원의원 선거에서는 승리했지만, 체감경기가 악화되면서 또다시 민심이반에 직면한 것이다.

이슬람 반군과의 평화협상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미군을 국내에 끌어들인 것도 여론을 악화시켰다. 설상가상으로 변호사 출신 남편 호세 미구엘 아로요는 통신회사로부터 뇌물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아로요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에 대해 "더 열심히 일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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