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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벤처여, 다시 일어서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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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벤처기업 사장 두 명이 본지의 '벤처 이대론 안된다' 기획시리즈를 읽고 전화를 해왔다.

한 사장은 가슴이 답답하다는 말부터 했다. "대다수 벤처인들은 인생을 걸고 밤잠 줄여가며 피나는 노력을 기울이는데 한 두 마리 미꾸라지 때문에 연못이 더러워졌다고 돌을 던지니 안타깝네요."

또 다른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오히려 잘 됐어요. 이 기회에 벤처인들도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자세로 다시 일어서야 합니다." 매일같이 터져 나오는 각종 '게이트' 때문에 많은 벤처기업인들의 어깨가 축 처졌다. 이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벤처 게이트에 대한 외부의 싸늘한 눈초리가 아니다.

기술과 아이디어로 세계를 제패하겠다는 '건강한 희망'이 사그라지는 게 두려운 것이다.

벤처들은 총체적 부실로 떨어지기 전에 이번 케이트로부터 교훈을 얻어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악성 종양을 발견하면 도려내듯, 판을 흐리는 벤처는 하루 빨리 제거해야 벤처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

사실 그동안 일부 벤처의 탈법.편법은 공공연한 것이었다. 가짜 세금계산서를 주고 받아 허위매출을 올리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투자받은 귀한 돈으로 기술개발을 하는 대신 로비로 한 건 하려는 허황된 야망에 불탄 벤처인도 한 둘이 아니었다.

여기에 '시장의 조화로운 기능'은 외면한 채 '일단 키워놓고 보자'는 전시용 정부정책이 한몫 하면서 벤처생태계는 로비와 머니게임이 횡행하는 판으로 변질됐다. 마침 정부도 벤처정책을 재검토하겠다고 한다.

환경이 바뀌면 정책도 달라져야 한다. 벤처로 경제를 살리자던 현 정부 초기의 정책이 벤처 1만개 시대에 그대로 적용돼서는 곤란하다. 경쟁력 없는 벤처는 퇴출하고 건강한 벤처끼리 선의의 경쟁을 벌이도록 새 판을 짜야 한다.

벤처인들도 조급한 대박신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세계 1위 기업으로 크는 데는 20여년이 걸렸다. 삼성전자도 20여년간 땀 흘린 끝에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다.

한국 경제의 성장엔진으로 벤처를 꼽는 데 주저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들이 쌓은 벽돌이 성장의 과실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땀이 필요한 것 아닐까. 벤처여 힘내라.

김종윤 IT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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