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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검찰 홀로서기 이뤄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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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명재(李明載)검찰총장 시대가 열렸다. 검찰총장이 외부에서 기용된 것이 1973년 김치열(金致烈)총장 이후 29년 만의 일인 점만 보더라도 변호사 검찰총장의 선임은 이례적이고 그만큼 검찰이 난국에 처해 있음을 잘 말해주는 셈이다.

신임 李총장은 여러가지로 기대를 모은다. 우선 검찰 안팎의 신망이 두터운 점이 무엇보다 강점이다. 李총장이 지명되자 여야 모두 환영일색의 한 목소리를 낸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해 5월 서울고검장직을 끝으로 검찰을 떠날 때 도하 신문들이 한결같이 '아름다운 퇴장'이라고 대서특필하며 아쉬워했었다.

당시 그가 강조한 "억울하게 처벌받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도록, 그리고 잘못하고도 그 값을 치르지 않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도록 각자 맡은 일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검찰이 바로 서는 길"이라는 말은 지금도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가 대형사건 수사를 많이 해 '당대 최고의 수사검사'로 평가받는 것도 장점이다. 난마(亂麻)처럼 얽힌 각종 게이트를 비롯한 대형 의혹사건 수사를 지휘하려면 풍부한 수사경험을 지닌 그가 적임자라는 것이다.

이밖에 검찰의 최고 수난시기였던 지난해 변호사로서 외부에서 객관적 시각으로 검찰을 평가할 기회를 가졌다는 점도 긍정적일 수 있다. 그가 검찰총장 내정 통보를 받은 직후 몰려든 보도진에게 밝힌 "검찰에 대한 국민의 바람을 잘 알고 있습니다"라는 한마디에 많은 의미가 함축돼 있지 않겠는가.

각계각층에서 검찰 개혁을 위한 주문이 쏟아지고 있지만 한마디로 요약하면 '정도(正道)검찰'이다. 바른 길을 가는 검찰, 외부 입김에 흔들리지 않는 검찰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흔하고 쉬운 말이지만 지난날의 검찰상을 돌아보면 실천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눈치보기에 길들여진 체질과 인사 때마다 외부 권력에 줄서온 조직풍토를 완전히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검찰 개혁은 내부 사정(司正)에서 출발해야 한다. 검찰을 망친 정치검사들이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고 지연.학연에 의한 나눠먹기식 편중인사를 바로잡는 것이 핵심이다.

아울러 은폐.축소수사로 드러난 대형 의혹사건의 수사팀을 엄중 문책하고 쇄신해 "정치권력 사건은 수사를 잘못할수록 검사가 영전한다"는 비아냥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李총장이 현안인 4대 의혹사건만이라도 제대로 수사한다면 그동안 검찰에 붙어다녔던 여러 오명은 저절로 벗겨질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퇴임 때 李총장은 "위대한 검사는 좋은 보직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정의에 대한 신념과 열정에서 나온다"고 후배 검사들을 독려했다. 우리는 정의에 대한 李총장의 신념과 열정이 변함없기를 바라며 검사 시절의 화려한 명성이 '검찰 홀로서기를 이룩한 명 검찰총장'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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