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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칼럼] 클레오파트라는 흑인이었다-3

중앙일보

입력

할리우드의 스타 엘리자베스가 영화 <클레오파트라>에서 클레오파트라 역으로 출연해 열연하고 있다

서양을 대표하는 미인 클레오파트라가 유럽의 백색미인이라는 주장의 가장 큰 근거는 그녀의 조상이 그리스인이라는 데 있다.

클레오파트라가 백인이었다는 것은 조상이 그리스인이었다는 것

그녀가 이집트 역사상 가장 전성기를 누렸다는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비록 아프리카 이집트에 본거지를 두고 나라를 세웠지만 왕족은 전부 그리스의 유럽인이기 때문에 당시 평민이나 노예들은 흑인일망정 왕족인 클레오파트라는 분명 흑인이라는 것이 서양사학가들의 주장이다.

또한 유럽문명의 모태가 된 로마역사에서 신화나 전설 속에 등장하는 아프로디테나 비너스 말고 실제 존재했던 역사적인 미인을 만들어 보는 것도 중요한 역사의 로맨스다.

프톨레마이오스 왕조는 이집트 최고의 번영을 구가했다. 그러나 경국지색인 마지막 파라오 클레오파트라의 최후와 함께 모든 것은 로마가 접수한다. 로마의 영토가 돼버린다.

지중해는 모든 인종과 종족들이 각축을 벌이던 곳

“수학에는 왕도가 없다”, 한술 더 떠서 “학문에는 왕도가 없다”는 말이 있다. 바로 기하학으로 유명한 수학자 유클리드의 말이다.

당시 기하학은 나일강의 범람을 예측하고 이 대비하는 치수(治水)정책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학문으로 통치자가 습득해야 할 주요한 제왕학(帝王學) 가운데 하나였다.

클레오파트라의 한참 고조 할아버지뻘 되는 프톨레마이오스 2세가 스승인 유클리드에게 “수학을 빨리 배우고 깨칠 수는 없소?”라는 질문에 답한 내용이다.

그러면 서양에서 “클레오파트라는 우리의 미인”이라고 주장하는 근거가 되는 프톨레마이오스 왕조는 누가 세웠으며, 어떻게 탄생했는지 잠시 짚고 넘어가자.

백인의 미인이 아니라 “흑인의 미인”이 될 수 있어

그들을 과연 유럽의 백인들이라고 과감히 주장할 수 있는 지도 염두에 두고서 말이다. 당시 지중해는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인들이 각축을 벌이던 장소다.

그리고 아주 많은 종족과 인종들이 몰려 있던 곳이었다. 과거 미국의 인종차별처럼 백인의 유럽이라고 해서 흑인이나 황인종의 발목에 쇠사슬을 채우고 노예처럼 부리던 곳과는 판이하게 다른 곳이 유럽이다.

그들은 경쟁하고 싸우기도 했지만 또 서로 도왔다. 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적도 많다. 물론 스코틀랜드에서 나온 이야기고 지중해의 과거 역사와는 다르다. 핀트가 벗어난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인 <오델로>에 나오는 흑인장군 오델로와 같은 인물들은 수많은 인종과 종족들이 모여 있는 지중해에는 많았다고 볼 수 있다. (계속)

김형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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