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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진료의뢰서 발급하니 차 이용 절반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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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스웨덴의 무선통신업체 에릭슨의 더글러스 길스트랩 부사장이 지난달 18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에릭슨 비즈니스 이노베이션 포럼 2010’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에릭슨 제공]

“전 세계 산업이 내뿜는 이산화탄소(CO₂)량 가운데 정보기술(IT) 기업이 배출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하다. 그러나 앞으로 인류가 CO₂배출을 성공적으로 줄일 수 있을지는 IT기업에 달렸다.”

스웨덴 통신장비 기업인 에릭슨의 전략담당 부사장 더글러스 길스트랩의 이야기다. 최근 중국 상하이엑스포 스웨덴관에서 열린 ‘2010 비즈니스 혁신 포럼’에서다. 그는 IT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강조하면서 특히 CO₂배출 감소를 위해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자동차 업계는 고연비 차를 개발하고, 건설업계는 태양열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빌딩을 지었다. 반면 IT업계에선 이렇다 할 노력이 없었다.

그러나 IT는 다른 산업의 CO₂배출량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길스트랩 부사장의 주장이다. 빠른 통신 환경이나 무선 인프라를 구축해 물리적인 교통량이나 종이 사용량 등을 줄일 수 있다. 에릭슨은 이를 검증하기 위해 각 나라에서 사례 연구를 진행했다. 새로운 IT 기술이 도입되기 이전과 이후의 CO₂배출량 변화를 계량화했다. 그 사례를 알아본다.

◆크로아티아의 e-헬스=우리나라처럼 동유럽의 크로아티아에서도 2차 의료기관인 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려면 동네 개인병원인 1차 의료기관에서 진료의뢰서를 받아야 한다. 약을 탈 때도 병원에서 종이 처방전을 받아야 한다. 최근 에릭슨의 IT솔루션 계열사가 크로아티아에 e-헬스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서비스는 병원 내에서 환자 데이터 처리부터 각 의료기관이나 약국, 관련 기업 등을 한데 묶어 관리하는 통합 의료 솔루션이다.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진료 환경에 변화가 일어났다. 온라인으로 발행하는 ‘e-진료의뢰서’로 환자가 동네병원과 상급병원을 오가는 수고를 덜게 됐다. 연간 1200만 명의 환자가 종이 진료의뢰서를 떼러 자동차를 타고 병원을 오갔으나 서비스 시행 이후엔 그 빈도가 절반으로 줄었다. 여기다 ‘e-처방전’으로 종이 사용량도 50%나 감소했다.

환자가 진료의뢰서를 받으러 오가는 평균 거리를 20㎞ 정도로 계산해 CO₂배출 감소량을 환산하니, 한 해 1만5000t 에 달했다. 또 종이 소비량에 따른 CO₂배출량도 연간 230t 정도 줄었다. 물론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새로 CO₂가 발생한다. 대형 데이터센터를 세우고, 약 1만 대의 PC를 마련하며, 한 해 400MWh(메가와트아워)의 전기를 쓴다. 그러나 새로 발생한 CO₂보다 줄어든 CO₂양이 더 많다. 한 해 전기 사용량으로 배출되는 CO₂는 약 330t이지만, e-진료의뢰서와 e-처방전의 도입으로 연간 CO₂1만5230t이 줄었다.

◆스페인의 방송솔루션=에릭슨은 스페인 미디어 기업들에 ‘스팟4미디어(Spots4media)’라는 솔루션을 구축했다. 외주제작사나 TV방송사로부터 테이프를 넘겨받아 디지털화한 뒤, 다른 채널에서 해당 프로그램이 필요할 때 초고속인터넷망으로 전송해 주는 서비스다. 테이프를 복사하고, 오토바이나 차로 전달하는 작업이 필요 없다.

미디어 업계에서 이 솔루션을 도입한 뒤 테이프를 덜 사용하고 교통수단을 덜 이용하면서 줄어든 CO₂배출량은 500t에 이른다. 기존 CO₂발생량을 90%나 줄였다는 것이다. 반면 새 서비스에서 추가로 발생한 CO₂배출량은 연간 3t에 그쳤다. 길스트랩 부사장은 “IT 혁신이 도시민의 출퇴근, 업무, 여가 이용 방식까지 모두 바꿔 놓고 있다”며 “이런 변화가 가져올 CO₂배출량 변동에 대해 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하이=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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