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국내 증시, 미국 경기에 발목잡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해외 변수가 국내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후 한국 증시는 세계 최고의 주가 상승률을 자랑하며 미국 증시 등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행보를 보여왔다.

하지만 주가 상승의 기본 전제였던 경기회복과 기업실적 호전에 대한 회의론이 미국쪽에서 다시 솔솔 나오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미국 다우지수가 지난 주말 10,000선 아래로 떨어진 데 이어 나스닥지수마저 14일 2,000선이 붕괴되자, 국내 증시도 15일 급락했다. 외국인들이 3천억원의 순매도 물량을 쏟아낸 가운데 종합주가지수는 25포인트(3.4%)나 떨어져 720선 아래로 맥없이 밀렸다.

◇ 고개드는 경기회복 지연론=요즘 미국 월가에선 경기의 이중바닥론(더블 딥)이 고개를 들고 있다.

경기가 회복되긴 하지만, 잠깐 좋아지는 듯하다 다시 침체에 빠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는 V자형을 부정하는 W자형의 경기회복론이다.

최근 미국의 소비회복은 사람들이 싼 금리를 이용해 부채를 많이 늘린 탓이며, 더 이상 빚을 늘리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이 되면 경기가 다시 가라앉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 증시에선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주장도 많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낙관론을 폈쳤던 메릴린치증권은 14일 돌연 "미국 주식에 대한 투자비중을 낮추고 채권비중을 높이는 것이 유리하다"는 의견을 냈다.

메릴린치의 수석 투자전략가인 리처드 번스타인은 주식비중을 60%에서 50%로 낮추는 대신 채권은 20%에서 30%로 늘릴 것을 권고했다.

일부 분석가들은 미 증시의 현 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순이익)이 40배로 대공황 이후 최고 수준인 점에 우려하고 있다.

◇ 다시 심해질 미국 따라하기=증시 전문가들은 "당분간 다시 미국 증시에 일희일비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 같다"며 현금 비중을 높이는 소극적인 매매자세를 권했다.

대신경제연구소 신용규 연구위원은 "무엇보다 외국인들이 미 증시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해 15일 대거 주식을 처분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앞으로 보름가량 이어지는 미국의 경기지표와 기업실적 발표가 마무리될때까지는 시장흐름을 일단 관망하는 자세가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광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