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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인가 쇼인가… 폭스 뉴스 구설수 올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폭스 뉴스의 아프가니스탄 종군기자의 보도는 저널리즘인가, 쇼인가."

미국의 유력지 마이애미 헤럴드는 최근 케이블 뉴스 채널인 폭스 뉴스의 아프가니스탄 종군기자인 제랄도 리베라가 현지 생중계를 하면서 낯 뜨거운 보도를 했다고 꼬집었다.

탈레반 정권이 무너지고 미군의 폭격이 뜸해지면서 미국 TV의 현지 보도가 생동감을 잃어갈 때 리베라는 아프가니스탄에 도착했다. 그는 늘 총을 갖고 다니다 빈 라덴을 만나면 쏘겠다고 말하는가 하면 생방송 중에 급히 몸을 숙이기도 했다. 총알이 그의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는 것이다. 방송 도중 오사마 빈 라덴을 찾는다며 동굴로 들어간 적도 있다.

그의 감정적 보도는 미군 폭격기의 오폭으로 미군 3명이 숨진 현장에서 절정을 이뤘다. 그는 "군복 조각, 넝마가 된 옷가지 등이 이곳에 널려 있다. 주기도문을 외면서도 너무 숨이 막혔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있던 곳은 실제 오폭 현장이 아니었다. 그는 사고가 발생한 칸다하르에서 수백 마일 떨어진 토라보라에서 보도를 했다. 이같은 사실은 유력지 볼티모어 선의 방송 담당기자가 관련 기사를 게재함으로써 드러났다. 그러나 리베라는 "아프가니스탄 전사 두세 명이 사살된 현장과 혼동했다. '안개에 싸인 전쟁(the fog of war)'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며 발뺌했다.

하지만 리베라의 거짓말은 얼마 가지 못해 들통이 났다.미 국방부가 토라보라에서의 오인 사격은 리베라가 현지에서 보도한 3일 후에 발생했다고 확인해주었기 때문이다. 리베라는 "비윤리적인 행동을 한 것으로 밝혀지면 사표를 내겠다. 언론이 '리베라 때리기'를 그만할 때가 됐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폭스 뉴스 또한 "이번 사건은 단순한 실수다. 리베라의 30년 기자 경력과 정직성을 믿는다"며 그를 두둔했다. 그러나 시청자들에게 사과나 정정 보도를 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 마이애미 헤럴드는 "그의 보도에 신뢰성 문제가 생긴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엔 사고 현장, 희생자들의 신원이나 존재, 넝마 옷의 실재 등 모든 것이 잘못됐다"고 일침을 놓았다.

김기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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