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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고통의 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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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준결승 1국>
○·쿵제 9단 ●·구리 9단

제 14 보

제14보(148~158)=바둑은 난가(爛柯:썩은 도끼 자루)라고도 하고 오로(烏鷺:까마귀와 백로)라고도 불리며 귤중지락(橘中之樂)으로도 불린다. 모두 프로 바둑 이전에 생겨난 별칭들이다. 세월 가는 줄 모르는 한가함과 세상 근심 다 잊어버리는 바둑 특유의 삼매경을 느낄 수 있다. 요즘은 프로 대회도 TV 바둑이 주를 이루고 30초 초읽기가 대세가 되고 말았다. 인터넷 바둑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고수들은 으레 턱턱 넘어가는 10초 바둑을 둔다. 서봉수 9단 같은 노장 프로들은 “너무한다”며 시대를 탓하면서도 낙오되지 않기 위해 열심히 10초 바둑 훈련을 한다. 이런 흐름 속에서도 일본의 3대 기전은 지금도 ‘이틀 바둑’을 고수하고 있다. 10초 바둑에 비하면 그야말로 신선놀음에 도끼 자루 썩는 줄 모르는 바로 그 모습이다. 가끔은 그 모습이 근사하게 비친다.

흑은 초읽기에 몰린 데다 형세도 나빠 한 수 한 수가 고통이다. 흑▲로 강력히 끊었지만 백이 150부터 더욱 강력히 반발하자 흑의 강수는 허공을 향한 발길질이 되고 말았다. 155로 끊었으나 가만히 꼬부린 156이 좋은 수. ‘참고도’ 흑1로 연결하면 4까지 귀가 통째 백의 수중에 떨어진다. 구리 9단은 157로 물러섰고 결국 158로 중앙이 잡히고 말았다.

참고도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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