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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농지규제 완화, 마스터 플랜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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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계농지에 대한 규제를 풀어 활용도를 높이거나 도시민의 농촌 주말농장 취득을 쉽게 해주자는 등 정부 농지정책의 일대 변화를 시사하는 논의가 최근 활발해지고 있다. 농지제도의 변경은 논란의 소지가 많을 뿐 아니라 최선의 해법을 찾는 것도 결코 간단치 않은 사안이다.

우선 뉴라운드 협상 결과 양정정책의 대전환이 시급하다. 양(量)보다 질(質)우선의 쌀정책은 지금까지의 농지보전의 의미를 달리 해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농업소득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농촌의 현실은 농외소득 증대방안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

농촌에서도 음식점이나 관광업 등 다양한 소득원의 개발이 이뤄져야 하며 그러자면 어느 정도 도시자본의 유입이 있어야 한다.

농지 문제를 개발 또는 보전의 이분법적 사고로 접근한다면 결국 평행선만 달리게 된다. 농지제도의 변화가 미칠 영향이 매우 복잡해 득과 실을 가늠키 어려운 만큼 신중한 접근이 절대적이다.

지금까지 농지거래제도는 식량의 자급자족을 위한 생산기반 확대와 농지투기 방지를 우선하다보니 지나치게 규제적이었다. 농촌의 상황변화와 현실이 맞지 않아 당사자인 농민들 입에서조차 불만이 커지고 있다.

예컨대 상속받은 농지라도 농사를 짓지 않으면 3천평 이상은 소유가 불가능하다거나 소위 절대농지에 지은 집은 민박장사도 금한다는 것 등에 연유한다.

또 농지법상 도시민은 3백평 아래는 소유 등기가 안돼 이 때문에 농촌주택에 붙어있는 소규모 텃밭을 갖고 싶어도 포기하는 일이 적지 않다. 한계농지의 규제를 풀고 도시민의 주말농장 소유를 허용할 경우 농지거래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섣부른 완화와 개발은 농촌 교란을 초래한다. 도시민들이 정말 농사를 위해 농지를 갖기보다 투자목적으로 이를 보유하는 경우도 많다. 1996년 이후 지난해까지 2만5천여명이 농지를 갖고도 농사를 짓지 않아 농지처분 통고를 받은 데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준농림지의 전용을 쉽게 한 결과 아직도 골칫거리인 용인 등의 마구잡이 개발 전철을 밟거나 신도시 개발 때처럼 땅 판 농민이 일시적으로 거금에 취한 나머지 삶의 방향마저 상실하는 불행이 없으리라는 법도 없다. 이로 인해 농촌사회의 활력은 저하되고 농가경영의 어려움은 더해질 것이다.

토지의 효율성.경제성을 살리자면 국토 전체의 틀 속에서 도시계획이 수립되고 그 전제 아래 농지정책이 수행돼야 한다.

농지는 한번 훼손되면 복구가 거의 불가능하다. 왜 일본이 전체 논의 36%인 1백만㏊를 휴경하거나 전작을 보상하면서 논을 최대한 보전하고 있으며 미국.프랑스 등 식량의 1백% 자급국가도 농지보전정책을 강화하고 있는가도 되살필 필요가 있다.

즉흥적 발상이나 도시 위주의 시각만으로 농지문제를 풀어선 곤란하다. 농지정책은 농촌 구조조정의 큰 틀에서 혼란을 최소화하며 질서있게 마련되고 추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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