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아파트값 급등 대치동 '학원천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7일 저녁 서울 강남구 대치동 청실아파트 맞은편 7층짜리 건물에 있는 D입시학원. 세찬 바람과 함께 눈발이 흩날리는 차가운 날씨지만 4층부터 7층까지의 강의실 안은 수강생들이 뿜어내는 학습열기로 후끈했다.

이 학원이 문을 연 것은 지난달 1일. 그러나 8일 현재 수강생은 5천명에 육박한다. 문원렬 부원장은 "60여명의 강사 대부분을 학생.학부모 사이에 유명한 '스타'강사로 초빙한 전략이 먹혀든 것 같다"며 "서울 강북지역은 물론 지방에서도 수강하러 온다"고 말했다.

정부가 긴급대책 마련에 나선 아파트가격 급상승의 '진원지'로 지목되는 서울 대치동 일대의 학원가. 대로변은 물론 골목 안쪽까지 각종 규모의 학원들이 덕지덕지 들어서 '학원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에서 고교과정까지 다양한 형태와 수준별 강의는 물론 외국유학 등 특수학원까지 포진해 학부모들을 끊임없이 유인하고 있다.

◇ 실태=대치동 롯데백화점 사거리에서 은마.삼원가든 사거리로 이어지는 대로변 양측에는 학원 간판들이 즐비하다. 식당 등이 들어선 1층을 제외한 2층 이상의 상가는 보습.영어.예체능.과목별 전문학원 등 각종 학원으로 거의 채워져 있다.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강남지역의 전체 학원수는 1천9백47개이고 이중 입시.보습학원은 6백68개.

서울시내 전체 학원 가운데 입시.보습학원의 15%, 어학원의 38%가 강남지역에 집중됐고 이중 대부분이 대치동에 있다. 대한민국학원.강남대학학원.교신학원.대지학원 등 2천~5천명의 수강생을 받고있는 대형 입시학원도 여덟곳이나 된다.

영어.수학 등 한 과목만을 가르치는 과목별 맞춤 전문학원이 성행하는 것도 대치동 학원가의 특징 중 하나다. M영어전문학원의 정모(35)강사는 "학생 개개인의 학습능력에 맞는 맞춤교육으로 학부모의 높은 교육열을 충족시켜야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인기있는 학원에 들어가는 것도 거의 전쟁이다. 국어 전문학원인 이계덕국어학원은 지금 등록신청을 해도 오는 여름 방학에나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정상어학원(JLS).이지학원.미도학원 등 학부모 사이에 입소문이 난 영어학원의 경우 테스트를 받는 데도 6개월에서 1년 가량 기다려야 한다.

강의횟수와 수강생 규모에 따라 강의료는 천차만별이다. 대형 학원의 경우 월평균 10만원(주 3회)에서 30만원까지가 보통이다.

그러나 실력이 비슷한 3~6명씩 팀을 짜 유명 강사에게 강의를 받으려면 1인당 1백만원은 보통이고 최고급의 경우는 강사가 부르는 게 값이다.

지난해 봄방학 때 도곡동으로 이사온 윤모(41.여)씨는 "집값이 부담은 됐지만 아이들을 대학에 보낼 때까지 교육시키기에 편한 지역"이라며 "학부모라면 누구나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대책=재정경제부는 대치동 일대 유명학원 집중현상이 아파트값 급등요인이 되고 있다며 교육인적자원부에 대책마련을 요청했다. 그러나 실현 가능한 방안은 현실적으로 마련하기 힘든 상황이다.

교육부 한 관계자는 "지역 학부모의 교육열과 재정형편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학원가를 강제로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며 "장기적으로 대학입시 제도개선 등 사교육 수요를 줄여나가는 방법 외에 뾰족한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김남중.성호준.홍주연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