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반전 카드’ 후보 단일화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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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6.2지방선거 26일 오전 강원도 춘천시 강원도청 브리핑룸. 지사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이광재 후보와 민노당 엄재철 후보가 굳게 손을 잡았다.

두 사람은 후보 단일화 합의문에 서명하고 “야권 후보 단일화로 강원도의 운명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주변에선 지지자들의 박수 소리가 쏟아졌다.

일부 지지자는 “이미 이달 11일 엄재철 후보가 길기수 진보신당 후보와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화를 이룬 터여서 이제 이 후보는 범야권의 단일주자가 됐다”며 “폭발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선거 후보 간 단일화 바람이 거세다. 5월 들어서만 전국 30여 개 지역에서 단일화가 이뤄졌다. 막판 반전카드로 단일화를 하는 경우도 있고 정책연대 목적도 있다. 일단 효과는 긍정적이다. 단일화 후 지지도가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단일화 열풍은 선거전 초기 야권을 중심으로 번졌다. 하지만 선거전이 종반전으로 치달으면서 무소속 후보 간, 군소후보들끼리 마지막 반전카드로 단일화를 하고 있다.

경선으로 한나라당 제주지사 후보가 됐다가 동생의 금품 수수 파문으로 탈당, 무소속 후보로 출마한 현명관 후보는 상대적으로 뒤처지던 강상주 후보와 24일 손을 잡았다. 강 후보 역시 한나라당이 제주지사 후보를 내지 않자 이에 반발, 탈당해 무소속으로 나온 상황이어서 이들의 단일화는 사실상의 ‘여권 연대’가 성사된 것. 이에 따라 제주지사 선거판은 야권 단일후보로 나선 민주당의 고희범, 무소속 우근민 후보와의 3파전이 됐다.

기초단체장과 교육감 후보 간 합종연횡도 줄을 잇고 있다.

현 부천시장인 한나라당 홍건표 후보에게 맞서던 민주당 김만수 후보는 최근 국민참여당 우인회 후보와의 연대에 성공, 단일후보가 됐다. 김 후보로선 이달 14일 민노당·진보신당 후보와 합의, 단일후보로 나선 터여서 2차 단일화로 정책 연대를 이루고 반전도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무려 9명의 후보가 출마한 대구시교육감 선거에서도 단일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투표용지 게재 순위 1번을 뽑은 김선응 후보가 25일 우동기 후보와 진보진영 정만진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6명의 후보에게 단일화를 제의해서다.

신라대 박재욱(정치학) 교수는 “이번 선거에선 정당 공천을 받은 후보자가 상당히 늦은 시기에 결정되는 바람에 후보자 간 정책 공조와 연대를 위한 연구·논의의 시기가 촉박했다는 점에서 정당정치의 문제점도 노출하고 있다”며 “단일화가 튼실한 정책적 접근으로 이뤄졌다면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지만 정치공학적인 결합으로 간다면 오히려 역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양성철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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