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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황후 '뮤지컬 고향' 런던 입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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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3면

국내에서만 50만명 이상이 관람했다는 그 큰 족적 때문에 창작 뮤지컬의 신화일 수 밖에 없는 '명성황후'(윤호진 제작.연출)가 영국의 런던 무대에 진출한다. 윤씨가 1995년 국내 초연 때부터 염두에 두었던 꿈의 실현이다.

'명성황후'의 해외 진출은 이번이 세번째다. 97년 여름 미국 뉴욕 링컨센터에서, 이듬해 가을에는 로스앤젤레스 슈버트극장에서 공연했다.

영향력 있는 현지의 프로듀서나 기획사가 돈 되는 '상품'으로 끌어들인 것은 아니었다. 윤씨와 그의 후원그룹이 주축이 된 극단 에이콤(현 에이콤인터내셔날)의 저돌적인 대시가 이룩한 '공든탑'이었다. 이번 공연도 그런 경우다.

▶언제 어디서=2월 1~16일 런던의 아폴로 해머스미스 극장에서 공연한다. 16일간 총 19회 공연이다. 총 3천5백석(2천석 정도 사용예정)의 이 공연장은 극장 밀집지역으로 세계적인 '연극1번지'인 웨스트 엔드에 있지는 않다.

그러나 뉴욕 공연이 그랬듯이 비록 '심장부'는 아니지만 공연장의 이름값은 대단하다. 70년대 잘 나가던 비틀스가 주로 공연했던 곳.

아일랜드의 댄스 퍼포먼스인 '리버 댄스' 등 실험적이며 진취적인 작품들이 많이 선보인 곳으로 젊은이들에게 지명도가 높다. 우리 뮤지컬의 첫 런던 진출이라는 상징성이 훼손될 만한 공간은 아니다.

▶어떻게 하나=지난 미국 공연은 자막을 통해 전달력을 높이려 애썼었다. 그러나 메커니즘이 세련됐다고 하기는 어려웠다. 보다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이번엔 아예 배우들이 영어로 대사와 노래를 하는 '영어버전'을 들고 간다. 그 번역과정에 영국인 스태프 등이 매달리고 있다.

그렇지만 사실 영어화의 주역은 타이틀롤의 이태원이다. 폭발적인 에너지와 풍부한 성량의 이 메조 소프라노는 뉴욕 공연 이후 이 역을 도맡다시피했다. 런던 공연의 히로인도 이씨다. 15세 때 미국으로 가 줄리아드 음대서 공부한 이씨는 한.영어가 능숙한 재원이다.

이씨는 지지난해 한국인으로는 처음 웨스트 엔드에 진출해 뮤지컬 '왕과 나'의 티앵 왕비 역으로 열연했다.

덕분에 영국 최고 권위의 연극.뮤지컬상인 올리비에상 여우 조연상에 노미네이트된 바 있다. 이런 커리어를 기반으로 이씨는 '명성황후' 런던 공연의 막후 교섭을 위한 '책사'로 맹활약했다.

영어화 과정에는 난점이 적잖다.이씨는 대사에 맞는 영어를 대입하더라도 그걸 다시 노래하기 편하게 고치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라고 했다. 한.영어를 구사하고 노래의 구성원리를 아는 그녀 외에는 쉬이 할 수 없는 일이다.

▶전망과 기대되는 효과=돈으로 따져보면 이번 공연도 빨간 글자일 게 뻔하다. 윤씨가 밝힌 공연 비용은 총 17억원이다. 2천석 기준으로 유료 관객점유율 50%일 경우 관람료를 35파운드로 잡으면 총 공연 수입금은 10억~12억원 정도란다. 최소 5억 정도는 적자인 셈인데, 그걸 알고도 가는 것은 무형적인 효과에 대한 기대감일 게다.

윤씨는 오래 전부터 '명성황후'의 일본 공연과 함께 영국 공연을 별러왔다. 그동안 권위의 로열 내셔널 시어터(RNT) 등에 공연장 협력을 구했지만 비시즌에나 사용이 가능해 원하는 대로 되지는 못했다. 차선을 택한 셈인데, 윤씨는 이번을 교두보로 해 독일 등 유럽 무대까지 변경을 넓힐 계획이다.

일단 런던 성공으로 지명도가 높아지면 향후에는 돈까지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고래심줄같은 뚝심의 소유자인 윤씨라면 못할 일도 아닐 것 같다. 배우와 제작진 80여명은 이달 말 영국으로 떠난다.

이번 공연에서는 일부 기존 출연진의 물갈이도 있다. 고종역은 뮤지컬 '황구도' 등에 출연한 신예 조승룡이 맡는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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