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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0 대선 경선] "내가 후보 적임자" 강단점 비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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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의 차기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경쟁이 시작됐다. 7일의 당무회의는 만장일치로 전당대회 시기를 4월 20일로 정했다. 출발 신호탄이 올랐다.

주자들은 대의원.유권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저마다 자신이 가장 확실한 대통령감임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레이스 시작을 계기로 주자 7명의 장점과 단점을 각 주자들의 상대방에 대한 평가를 기준으로 분석했다.

◇ 김근태 고문=민주당 당료들은 "金고문과 30분만 얘기하면 그를 돕고 싶은 생각이 저절로 든다"고 말한다. 상대에게 신뢰감을 주며, 합리적이라는 게 金고문의 장점이다. 金고문 스스로도 "말을 바꾸려고 하면 자주 더듬게 돼 거짓말이라는 게 금방 표가 난다"고 고백할 정도다.

민주당 이낙연(李洛淵)대변인은 "가장 친해지고 싶은 선배 의원"이라고 평가했다. 재야 운동권의 상징적인 인물이었던 그는 민주당 내 소장파.운동권 출신 그룹들로부터 지지를 받는다. 그러나 대중연설 능력이 떨어지고 기반이 약하다는 평가가 있다.

◇ 김중권(金重權)고문=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당직자는 "金고문은 대표 당시 하위 당직자들의 이름을 전부 외웠고 국별로 잦은 폭탄주 회식을 하면서 당을 장악했다"고 소개했다. 당시 金고문의 친화력과 리더십으로 당이 활기와 역동성을 찾은 측면이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근 각종 게이트가 난무하지만 金고문이 청와대 비서실장 재임시 문제가 된 것은 없다. 자기관리에 철저하다는 평이다. 판사.변호사.교수.의원.대통령 비서실장.집권당 대표를 거쳤다. 그러나 5공 전두환(全斗煥)정권과 더불어 정치를 시작했다는 약점이 있고 대중성의 한계를 고민하고 있다는 평가다.

◇ 노무현(盧武鉉)고문=盧고문은 1992년 14대 총선, 95년 부산시장 선거, 2000년 16대 총선에서 다 낙선했다. 한결같이 부산이었고 전부 'DJ당'의 깃발을 들고 출마했다. 盧고문은 이처럼 "신념과 원칙을 바꾸지 않았다"는 게 높이 평가된다. 90년 3당 통합 때는 끝까지 YS를 따라가지 않는 뚝심을 발휘하기도 했다. 고졸 출신이지만 인권변호사.국회의원.여권 경선주자로 이어지는 성공담도 인구에 회자된다.

盧고문은 그러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쉽게 드러내 정치적인 손해를 본다"는 지적을 받는다. 그래서 필요 이상으로 적을 많이 만들기도 한다는 게 약점으로 거론된다.

◇ 유종근(柳鍾根)전북지사=97년 경제위기 때 김대중 대통령당선자를 도와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고, 국가 부도를 막는 데 일조했다. 다른 주자들도 이를 평가한다. 미국 뉴저지주립대 경제학 교수 출신. 10여년간 뉴저지 주지사 경제고문을 역임했고, 전북지사 경험이 있다는 게 장점이다. 후발주자로 인지도가 매우 낮다는 게 큰 약점이다.

◇ 이인제(李仁濟)고문=지난해 여름 李고문은 두달간 경기.강원.충남북을 돌며 농민들과 만나는 '민생투어'를 했다. 당시 그는 농가에서 잠을 잤고 새벽에는 농민들과 함께 농사일을 했다. 그는 이렇게 자신의 기반을 다졌다. '상황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다부짐'은 李고문의 가장 큰 강점이라는 것이 경쟁자들의 평가다.

민주당 김현미(金賢美)부대변인은 "2000년 봄 여성 당직자 몇명이 李고문과 식사를 했는데 대화내용 전체가 클린턴과 블레어 등 외국 지도자들의 경제정책.외교정책 등에 대한 것이었다"면서 "李고문은 국정 최고 지도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에 자신의 눈높이를 끊임없이 맞추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노동부장관.경기지사를 지냈고 97년 대선 출마 경험도 강점이다. 반면 97년의 신한국당 경선 불복은 가장 큰 약점으로 남아 있다. 민주당 내에서 그가 YS(金泳三 전 대통령) 밑에서 정치를 시작했다며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당료도 있다.

◇ 정동영(鄭東泳)고문=2000년 8.30 전당대회를 마치고 鄭고문은 오른손에 피멍이 들었다. 1만명 가까운 대의원들과 악수를 하고 다녔기 때문이다. 그는 열정적이며 집념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TV 앵커 출신으로 주자들 중 가장 젊다. TV 정치시대에 젊은층과 여성층에 어필한다.

김근태 고문은 그를 "뛰어난 감각의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경선의 돌풍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후보로 꼽히나, 또 다른 차기 주자는 "대권을 담기에는 아직 그릇이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동교동계 구파 등 당내 기득권 세력도 호의적이지 않다.

◇ 한화갑(韓和甲)고문=2000년 8.30 전당대회 때 경남의 한 지구당은 전원이 '호남 출신 한화갑'을 지지하기로 결의했다. "87년 평민당 때 韓고문이 매월 소액이나마 우리 지구당을 돕겠다고 약속했고 그 뒤 십년이 넘게 단 한번도 그 약속을 깨지 않았다"는 게 지구당원들의 말이다.

약속을 중시하고 대인관계가 원만하며, 포용력이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그 자신 "'화합(和)의 으뜸(甲)'이란 말을 가장 좋아한다. 韓고문의 유연함에 대해선 이인제.김근태 후보 등이 인정했다.

그러나 설훈(薛勳)의원은 "그같은 유연함이 정치현장에선 단점이 되기도 하더라"고 말했다. 韓고문은 또 DJ(金大中대통령)와 동향(전남 신안) 출신이고 DJ의 비서 출신으로 그 그늘이 너무 짙다는 게 약점으로 지적된다.

김종혁.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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