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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나] 황규태 사진작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목이 없는 생체, 인공배양된 심장이나 위장, 젊은 남녀의 취향에 따라 얼마든지 바꿔 끼울 수 있는 다양한 색깔의 눈동자, 어항 속 관상어처럼 양수(羊水)속을 유영하며 고객을 기다리고 있는 인공배양 중인 아이들…. 그것이 묵시록적 분위기의 생명공학 미래상일 수 있다.

나는 그런 쪽을 기록하는 사진 작업을 한다. 물론 근대사진의 피사체 재현(再現) 개념과 달리 컴퓨터를 통한 몽타주 등의 기법을 즐긴다.

그런 기록작업은 우리 시대 작가의 의무인데, 오만과 자기만족에 빠진 사람들에게 충격효과를 안기고 싶은 것이다.

끝갈 데 없이 치닫는 생명공학의 앞날은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영화감독 스탠리 큐브릭이 상상한 테크놀로지의 차원을 훌쩍 넘어선다는 게 내 관측인데 그걸 따라잡기 위해 찾아낸 교과서는 수년째 구독 중인 과학잡지 월간 'Newton'이다.

내 책상 앞의 이 잡지는 우주 저편의 신비라던가, 아마존의 밀림, 지금 이 순간 이뤄지는 과학 정보를 내게 전해준다.

물론 생명공학의 미래상에 관심이 많은 내게 관련서적들은 필수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로버트 쿡 디간.사이언스북스), 『게놈』(매트 리들리.김영사)등은 내게 적지 않은 정보를 전해준 책들이다.

이와 함께 나를 위한 또 하나의 교과서는 공상과학(SF)물이다. 열림원을 통해 시리즈로 나온 로빈 쿡의 테크노 메디컬 서스펜스물 말이다.

『돌연변이』 『Genom』 『휴먼바디샵』 『DNA』 『제3의 바이러스』 등이 그런 소설인데, 이 픽션의 소설 공간에서 차용되는 전율과 상상의 날개는 내 사진놀이의 열쇠임을 고백한다. 이 기회에 『돌연변이』 한 페이지가 전하는 음울한 미래를 보여드리려 한다.

"마샤는 탱크 안의 물건을 확인하려는 순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것은 태아였던 것이다. 대략 8개월씩 된 것들로 인공 자궁 안에서 이리저리 헤엄치고 있었다.

마샤가 통로 안으로 걸어 들어가자 그들은 파란 눈을 뜨고 일제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안내인이 물었다. '이쪽 걸 원하십니까?' '장기 검사는 끝내셨는지요?''값은 아이마다 달라요'."

결국 추락했던 이카루스의 날개는 방향을 잃은 채 끝없이 치달아온 인간 욕망의 산물이었다. 아마도 로빈 쿡이 2050년대에도 작품활동을 한다면 이렇게 기록할 것이 분명하다.

황규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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