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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간의 현안을 살피고 ‘추로지향(鄒魯之鄕)’ 안동의 진수를 맛보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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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보여지는 것보다 내용이 중요합니다”

한국국제교류재단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중국 청년 간부 150명의 ‘한국 문화고찰’ 사흘째 저녁. 용인에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 인재개발원 대강당에서는 석동연(石東演) 경기도 국제문제자문대사의 ‘한중관계 발전과 전망’을 주제로 강연과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최근 김정일의 방중과 관련해 중국과 북한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석대사의 답변은 간단했다. “김정일은 방중기간동안 9명의 정치국 상무위원을 모두 만났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회담의 내용이다. 한 명의 지도자를 만나더라도 내용있고 깊이 있는 대화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 정상급 교류에 있어 내실있는 교류를 강조하는 답변에 대표단과 자리를 같이한 왕윈저(王雲澤) 단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중국 청년 대표단 방한 프로그램 속에서 성장통을 앓고 있는 한중관계의 밝은 미래가 확인됐다. 국제적인 금융위기는 긍정적 요소다. 경제무역 분야에서 한중 양국은 서로 보완 관계를 통해 경제위기 극복에 모범국으로 대두했다. 반면에 천안함 사건은 안보, 정치 분야에서의 미묘한 온도차를 부각시켰다. 하지만 이는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한국 당국자의 거듭된 설명에 중국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젊은 공무원들은 동의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외교통상부를 방문해 한중관계에 대한 브리핑을 받고, 석동연대사와의 질의 응답과정에서 드러난 중국측의 반응이다.
다음은 중국 청년대표단 ‘화목의 여정’ 3~4일차 일정이다.

◇외교통상부 방문=여행 3일차 일정은 외교통상부 방문으로 시작했다. 한옥과 한식, 한복 등 한국의 전통문화를 주제로 한 ‘한 스타일’ 동영상 감상과 최영삼(崔英三) 중국과장의 ‘한중관계의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한 강연이 이어졌다. 강연 도중 22, 289, 35 등 여러 숫자가 프리젠테이션에 이어졌다. 최영삼 과장은 한중 수교가 이뤄진 1992년부터 18년 사이에 양국관계의 발전을 증명하는 다양한 수치를 제시했다. 무역액 22배, 유학생 289배, 인적교류 35배 등등 전세계 어디에서도 양국관계에 이런 발전 수치를 보이는 국가는 없다는 설명도 덧붙었다. 현재 중국의 33개 도시와 한국의 7개 도시 사이에 매주 837편의 항공 노선이 운행하고 있다. 매 해 전세계에서 9만 명이 공인 중국어 능력시험인 HSK를 보고 있다. 그 가운데 절반이 넘는 65%가 한국인이다. 그러나 “이백은 한국인” 등의 양국 관계 발전을 저해하는 움직임이 인터넷에서 발견되고 있다. 이에 대해 최영삼 과장은 “이런 주장은 전혀 근거없는 오보”라며 “한국 외교 당국이 오해 해소에 적극 나섰지만 이번에 방한한 중국 청년 공무원들이 중국에 돌아간 뒤 적극적으로 사실을 전파해주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청와대 사랑채=“이 곳이 중국의 최고 지도자들이 일하는 중난하이와 같은 청와대입니다.” 버스안의 안내자가 청와대 앞길에 들어서자 마이크로 설명을 시작했다. 방문단원들은 연신 버스 밖으로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청와대 앞 광장에서 버스에서 내린 공무원들은 방한 후 처음으로 보는 파랗게 개인 청명한 하늘과 청와대, 북악산을 카메라 앵글에 담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최근 개관한 청와대 사랑방에 마련된 한국의 각종 성취와 전현직 대통령 관련 전시물들을 보며 한국에 대한 이해도를 넓힐 수 있었다.

◇삼성전자 홍보관 SAMSUNG Delight=대표단은 한강을 건너 강남역 삼성본관에 위치한 홍보관 SAMSUNG Delight를 방문에 3D 텔레비전 등 다양한 신상품들을 직접 시연했다.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이 꿈꾸는 미래의 생활상을 전시물을 통해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석동연 경기도 자문대사와의 대화=석대사의 강연이 끝나자 좌석에 앉은 대표단의 질문이 쏟아졌다. “한중관계의 가장 큰 도전은”, “인터넷 상의 미묘한 양국 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G2에 대한 관점”, “한중간 경제 발전과정에서 서로 배울 점은?”, “한국 젊은이들은 중국, 일본, 미국인들을 어떻게 생각하나” 등등 날카로운 질문과 석대사의 답변이 이어지면서 양국 사이에 존재하는 듯한 불협화음은 한층 해소된 모습이었다

◇하회마을, 화회탈춤=안동으로 향하는 2시간 30분 동안 방문단은 버스에서 즐겁게 노래하며 무료함을 달랬다. 안동 IC를 빠져나와 하회마을 건너 부용대를 올랐다. 한 눈에 낙동강이 마을을 삼면으로 굽어 흐르는 하회마을이 들어왔다. 안동 찜닭과 간고등어구이로 마련된 점심식사를 마치고 하회탈춤 관람이 이어졌다. 한국의 전통 민간인들의 생활과 해학을 두 눈으로 확인하는 일정이었다.

◇안동 유교문화의 진수를 체험하다=안동을 방문한 중국인들은 ‘추로지향(鄒魯之鄕)’이란 칭호를 붙인바 있다. 맹자가 태어난 추나라와 공자가 태어난 노나라와 같은 곳이 바로 안동이라는 의미다. 중국대표단은 이어 도산서원을 방문하면서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의 한국 유교문화 체험과정에 입소했다. 도산서원의 건물 곳곳에 얽힌 사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직접 조선시대 유생의 복장으로 갈아입고 사당에 제사를 직접 지내는 소중한 기회를 갖기도 했다. 퇴계 종택에서는 퇴계 이황선생의 종손이 직접 설명하는 공직자의 바른 몸가짐에 대한 가르침을 받았다. 퇴계 종손 이근필(李根必)씨는 퇴계의 ‘수신십훈(修身十訓)’을 적은 작은 봉투를 한사람 한사람에게 나눠주며 “여기 적힌 내용들은 오늘날 중국의 사대부 격인 관리들의 마음가짐에 도움이 될만한 내용 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교문화박물관을 견학하며 한국 사회에 뿌리깊게 남아 있는 유교문화의 다양한 요소들을 살폈다. 한편 강당에서는 한국의 보통 가정에서 이뤄지는 조상에 대한 제사를 직접 시연하는 행사가 펼쳐졌다. 중국에서는 거의 사라진 익숙하면서도 어색한 광경을 보며 한국과 중국의 문화적 동질성과 차이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야외 만찬과 강연=이날 국학문화진흥원 야외에 마련된 만찬에는 김휘동(金暉東) 안동시장과 정관 국학수련원 원장이 참석해 중국 대표단을 환영했다. 이어진 박경환(朴璟煥) 한국국학진흥원 연구실장은 ‘한국 전통문화와 유교’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면서 “경제 발전에 따른 물질적 풍요에 대비되는 정신문화의 악화, 욕망의 충동 등 여러 갈등을 해소하는데는 충서(忠恕), 친민(親民) 등 과거의 선비정신으로 대표되는 다양한 유교 경전의 자료들을 제시했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xiao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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