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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mm 함포 꽝·꽝·꽝 … 북 경비정 화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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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삐 삐 삐~, 적 경비정 기동 중. 총원 전투 배치로!”

27일 오전 9시. 천안함과 같은 초계함인 진해함(1200t급) 함장 부원일(42·해사 46기) 중령의 명령이 떨어졌다. 순간 잔잔한 파도의 충남 태안군 격렬비열도 북서쪽 32㎞ 서해 해상은 긴박한 전투 상황으로 바뀌었다. 경계작전 중이던 진해함 전투정보실 레이더에 북한 경비정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하는 모습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100여 명의 승조원은 주황색 구명조끼와 회색 전투철모를 착용하고 함정 곳곳에 위치한 무기체계 앞으로 뛰었다.

27일 오전 충남 태안군 격렬비열도 북서쪽 해상에서 열린 2함대 기동훈련에서 초계함이 대함 격파 사격을 하고 있다. [태안=연합뉴스]

북한 경비정 침범을 가상한 훈련이었지만 실전을 방불케 했다. 천안함이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한 이후 처음 실시된 해상기동 및 대잠훈련에는 2함대 소속 함정 10여 척이 참가했다. KDX-Ⅰ급(3800t) 한국형 구축함인 을지문덕함과 초계함인 진해함·부천함·제천함, 고속정 4척 등이다. 일종의 무력 시위다. 훈련은 북한 경비정과 잠수정이 NLL을 침범한 가상 시나리오에 따라 이뤄졌다.

북한 경비정은 “NLL을 침범하지 말고 북상하라”는 해군의 경고통신에도 뱃머리를 돌리지 않았다.

“백두산 하나! 여기는 한라산 하나. 귀측은 우리 관할 해역을 침범했다. 긴장을 고조시키지 말고 즉각 북상할 것을 경고한다. 북상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귀측에 있음을 엄중히 경고한다.”

두 차례 경고통신과 76㎜ 함포 3발의 경고사격에도 불구하고 북한 경비정의 남하가 계속됐다. 부 함장은 눈을 번득이며 어금니를 꽉 물었다. “격파 사격 실시하라”는 명령을 내리자 76㎜ 주포와 40㎜ 부포가 불을 뿜었다. 4.5㎞ 떨어진 해상에 물기둥이 솟았다. 쌍안경으로 남하한 북한 경비정을 살피던 함장은 “적 함정에서 화염이 보인다. 함대에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잠시 후 진해함의 수중음파 탐지기인 소나에 수중 물체가 포착됐다. 진해함에는 다시 긴장감이 돌았다. 소나에 포착된 수중 물체는 북한의 잠수함으로 결론 났다. 함장은 즉시 수중에서 잠수함을 공격하는 폭뢰 투하를 명령했다. 수심 15m에서 폭발하도록 압력계가 맞춰진 폭뢰가 투하되자 폭음과 함께 20여m의 물기둥이 솟았다. 진해함과 1㎞ 떨어진 곳에서 제천함이 투하한 폭뢰의 폭발 충격도 고스란히 전달됐다. 훈련 결과 가상적인 북한 경비정 격파와 함께 잠수정은 파괴된 것으로 판단됐다. 오후에 진행된 대공사격 훈련 역시 성공적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해군 장병들은 “경계의 고삐를 더욱 조여 천안함 사건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부 함장은 “적(북한 해군)은 언제든지 이유 없이 우리를 공격할 수 있다”며 “이번 훈련을 통해 전투태세를 점검하고 우리 영해를 한 치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북한에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해함=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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