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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션 피플] 벼루 만들기 3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3대째 벼루 제작 가업을 이어온 충북 단양군 영춘면 하리의 신명식(申明植 ·50 ·영춘벼루공예사 대표)씨는 ‘민족고유기능 전승자’로 선정돼 지난달 21일 정부로부터 기능전승자 증서를 받았다.

10년 전 벼루장(匠)으로서 인간문화재로까지 지정됐던 이창호 선생이 사망한 이후 申씨가 벼루공예계의 최고 장인으로 올라선 셈이다.

그에게는 올부터 5년 동안 매달 80만원의 기능전승 지원금이 지급된다.

申씨의 벼루는 단양군 가곡면 향산리 일대에서만 나는 자석(紫石)으로 만든 것.이는 엷은 자줏빛 원석 본래의 격조에 십장생 등 정교한 갖가지 문양이 어우러져 최고의 명품으로 꼽힌다.

자석벼루는 돌의 재질이 너무 단단하거나 반대로 무르지도 않아 먹이 잘 갈리는 게 특징.낮은 수분흡수율로 먹물이 잘 마르지 않는 장점도 있다.때문에 많은 서예인들이 애호하고 있다.

申씨가 수작업으로 일일이 깎아 만든 벼루는 보통 30만원 이상 팔리나 대형 작품은 수백만원을 호가한다.돌가루와 화학약품을 혼합한 반죽으로 압축성형해 만드는 이른바 부각(浮刻)벼루도 5만∼7만원에 이를 정도다.

6형제 가운데 막내로 태어난 申씨가 전통벼루 제작에 나선 것은 1972년부터.벼루공장을 하던 부친의 영향으로 벼루장인의 외길을 걷기 시작했다.

원래 충남 보령출신의 그는 형을 따라 자석이 많이 나는 단양에 정착키로 마음먹고 원석채취에서부터 재단,밀링,연마,조각과 광택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작업과정을 차근차근 배워나갔다.

그는 뛰어난 조각솜씨로 92년 정부의 ‘제2녹색지대’ 행사 당시 민속공예품품평회에서 대상을 받는 등 지금까지 화려한 수상경력을 쌓아왔다.

99년 초부터는 외아들 민호(民鎬 ·25)씨가 4대째 가업을 잇기로 해 그의 밑에서 도제수업을 받고 있다.지금까지 申씨는 아들에게 기계로 찍어내듯 생산하는 부각벼루 제작기술을 가르쳐왔으나 올부터는 전통벼루 제작 노하우를 본격적으로 가르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그는 기계톱도 제쳐놓고 ‘박톱’ 등 선인들이 쓰던 손도구를 직접 제작하는 등 야무진 시간표를 짜놓고 있다.

申씨는 “무형문화재가 되는 게 꿈”이라며 “값싼 중국산이 들어오면서 일본 수출길이 막히는 등 어려움을 겪고는 있지만 명품만들기를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단양=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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