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 책 만들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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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민(왼쪽)씨와 아들 김윤재(서울 목은초4)군이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직접 만든 책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우리 아이가 책 읽는 걸 즐기고 늘 책을 가까이 했으면 좋겠어요.” 책 읽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 건 부모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책을 쌓아두기만 한다고 독서하는 습관이 길러지는 건 아니다. 책에 관심과 흥미가 없다면 내용을 읽어볼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북아티스트 안경희 작가는 “부모가 아이와 함께 책을 만들어보는 색다른 경험을 통해 책에 대한 소중함과 가치를 깨닫게 해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지난 14일 코엑스 전시관에서 개최된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장경민(서울 목동)씨가 아들 김윤재(서울 목은초4)군과 책 만들기에 도전해봤다.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책’ 만들기
윤재는 평소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 낙서처럼 여기저기 그려둔 그림들을 중학교에 다니는 누나와 함께 스테이플러로 박아 책을 만드는 게 취미 중 하나다. 장씨는 “그냥 한꺼번에 모아놓는 것 외에는 별 의미가 없는 것 같은데 아이들은 자신의 작품이라고 생각하는지 그걸 보물단지처럼 소중하게 여긴다”며 “책 형태를 갖출 수 있게 제대로 만들어 놓으면 한층 가치 있는 물건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책 만들기의 기본은 ‘바인딩’이다. 표지와 내지를 실로 단단하게 엮어 책 한권으로 묶는 작업이 바로 바인딩이다. 김인영 북아트 작가는 “초보자들도 쉽게 할 수 있는 바인딩 기법에는 3홀 바인딩과 노블 바인딩이 있다”고 설명했다. 장씨와 윤재는고전적인 문양인 노블바인딩을 선택했다.

표지와 내지의 색상을 고르고 바인딩에 쓰일 색실도 선택하고 나면 바늘이 들어갈 자리에 먼저 송곳으로 구멍을 뚫어놓아야한다. 김 작가의 설명에 따라 순서에 맞춰 바느질을 하다보니 10분도 채 안 걸려서 창살 모양의 고전적인 무늬가 돋보이는 노블바인딩이 완성됐다. 바인딩이 끝난 뒤에는 색종이와 색연필, 반짝이 풀을 활용해 표지 꾸미기를 했다. 윤재는 반짝이 풀로 꽃을, 장씨는 색연필과 색종이를 활용해 가족의 이미지를 표현했다.

책에 대한 관심 높이고 소중함 알게 해
안 작가는 “책을 만들어 보는 것은 아이의 창의력과 정서 발달에도 매우 좋다”고 강조했다. “종이나 실처럼 감성적인 소재를 만져가며 서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재미있는 만들기 작업을 하다보면 서로에 대한 신뢰가 생겨 유대관계가 돈독해지게 되죠. 쉽게 마련할 수 없는 대화의 계기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책 만들기를 직접 해본 장씨 역시 “아이가 책에 집중하는 모습이 새롭게 보였다”며 “남자아이인데도 손재주가 꼼꼼하고 표지를 아름답게 잘 꾸민 것 같아 기특하다”며 웃음 지었다. 아이들이 쓴 일기장이나 체험학습 보고서, 여행 다녀온 후기 같은 것도 방 한쪽 구석에 쌓아두지 말고 표지를 씌우고 바인딩을 하면 두고두고 볼만한 귀중한 책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만들면 즐거웠던 추억을 떠올리며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일석이조인 셈이다.

안 작가는 “책 만들기를 할 때 아이에게 디자인과 편집을 맡기면 책 작업이 완성된 뒤 아이가 느끼는 성취감이 매우 크다”고 조언했다. “어른 눈에는 너무 어설프게 보일지 모르지만 직접 만든 것에 대해 아이들이 느끼는 기쁨은 대단하거든요. 이런 경험을 통해 다른 책을 볼 때도 더욱 관심을 갖고 소중하게 대하는 태도도 길러지게 됩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 사진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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