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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사라져 버린 것들] 단성사 등 추억 속으로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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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숨가쁘게 달려온 신사년(辛巳年)이 저물어가고 있다. 거리와 도심을 손질하는 등 지역 발전을 위해 땀을 쏟았던 한 해. 그러나 아쉽게도 아스라한 추억 속으로 사라진 것들도 적지 않다. 몇 시간 남지 않은 2001년, 시간 여행을 떠나보자.

◇ 서울 단성사=1907년 설립돼 올 상반기까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극장으로 명성을 날렸던 단성사(서울 종로구)가 지난 9월 재개발을 위해 헐렸다. 단성사는 2003년 여름 17층 규모의 현대식 복합극장으로 재탄생한다.

우미관.조선극장 등과 함께 일제시대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던 단성사는 나운규의 '아리랑'을 첫 상영했다. ▶겨울여자(77년)▶장군의 아들(90년)▶서편제(93년)등의 개봉관으로 한국 영화의 역사를 대변하는 곳이기도 했다. 하루 3회 상영, 심야 상영 등을 처음 시도한 곳도 단성사였다.

그러나 첨단 설비를 갖춘 복합 상영관이 극장가의 문화를 주도하면서 단성사도 살아 남기 위해 변신을 하게 됐다.

◇ 부산 명물 자갈치.한약상 거리='자갈치 아지매'의 애환이 서려있는 부산시 중구 남포동 자갈치시장 건물도 31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70년 준공된 지상 3층.연면적 2천2백여평의 자갈치시장은 지난달 23일 재건축을 위해 철거됐다. 이곳에는 2006년 지하 4층.지상 5층의 새 시장 건물이 들어선다.자갈치시장은 35년 영도 선착장이 만들어지면서 상인들이 모여들고 일본에서 건너온 귀국 동포와 한국전쟁 피란민 등이 모여 노점상을 하면서 형성됐다.

부산 남포동 한약초재상거리 역시 옛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영도다리 입구에 밀집해 있는 한약초재상들은 1백5층 규모의 제2롯데빌딩이 2005년 이 곳에 들어설 예정으로 공사를 시작하자 올 초부터 하나 둘 떠나기 시작했다. 1백여개나 됐던 한약초재상들이 현재는 10여개뿐이다.

◇ 호남선 외길 철도 '안녕'=12월 17일 호남선 철도 복선화 마지막 구간인 광주 송정역~목포 임성역 70.6㎞가 개통돼 호남선 총 2백56.3㎞의 복선화가 끝났다. 이로써 68년 서대전역을 시작으로 선거 때마다 단골 공약으로 등장했던 복선화가 착공 33년 만에 사실상 완료돼 외길 철도가 사라졌다.

선로를 일부 변경함에 따라 나주역과 함평역의 기존 역사는 폐쇄됐다. 또 복선화 완료로 선로 용량이 하루 36회에서 76회로 늘어나고 수송시간이 16분 단축됐다.

◇ 5백년 전통 포항 별신굿=경북 포항시 흥해읍 요한2동(옛 소한리)에서 5백년간 이어지던 동해안 최대 풍어제 '별신굿'이 고별 굿판을 가졌다. 영일 신항만 공사로 마을이 사라지게 되자 주민들이 '역사를 마감하는 풍어제'를 열자고 뜻을 모아 지난 4월 15일 잔치를 벌인 것.

이 마을 주민 정석영(70)씨는 "전통이 사라지게 돼 아쉽지만 주민들이 더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을 축제 형식의 별신굿은 청좌굿.당맞이굿.세존굿.지신굿 등 30여가지가 있으며, 동해안 어촌부락에서는 2,3,5,7,10년 주기로 열렸었다.

◇ 물에 잠긴 청정마을=청정지역인 전북 진안군 용담.정천면 일대 마을이 용담댐 완공으로 물에 잠겨 영원히 볼 수 없게 됐다. 사라진 마을은 용담면 월계리 월운마을 호계리 호암마을 등 68곳 2천8백64가구. 진안군 인구 3만여명의 절반에 가까운 1만2천6백16명이 정든 고향을 물속에 묻은 것이다.

이들 주민들은 진안읍 군상리 주공연립 등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지금도 용담댐 한가운데 있는 야산에 조상 묘를 두고 온 이들은 명절 때는 배를 타고 가 성묘한다. 주민들 일부는 미리 비디오로 촬영한 집과 전답을 보며 향수를 달래기도 한다.

◇ 기타=현기증 나는 구절양장(九折羊腸), 폭설 때 갇혔던 일, 교통지옥…. 지난 11월 28일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구간(왕복 5차선)이 개통돼 '아흔아홉 굽이길'로 불리던 옛 도로가 추억의 길로 남게 됐다. 옛 대관령 도로도 종전처럼 이용할 수 있다. 이밖에 1천4백여년 된 국내 최고(最古)의 석탑인 전북 익산 미륵사지 석탑(국보 11호)도 보수를 위한 해체작업에 들어갔다.

전국부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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