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승현 로비 핵심 김재환씨 미국 도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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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진승현(陳承鉉)씨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밝혀줄 핵심 인물로 지목돼온 전 MCI코리아 회장 김재환(金在桓.56.사진)씨가 지난달 검찰의 재수사가 시작되기 하루 전 미국으로 출국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서울지검 특수1부는 金씨의 출입국 기록을 최근 다시 조회해본 결과 지난달 14일 金씨가 자신의 여권을 이용해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출국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28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법무부 출입국관리소가 출국기록을 하루 이틀 뒤 전산 입력하기 때문에 지난달 15일 오후 수사팀이 출국금지를 요청할 때는 金씨의 출국 사실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지난 21일 金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지난달 14일 인천공항 상점과, 같은 달 20일의 미국 라스베이거스 호텔에서 각각 사용한 기록이 남아있는 법인카드 내역서를 발견해 金씨의 출국 사실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 수사 허점.차질=검찰은 현상금 1천만원과 1계급 특진을 걸고 수사관을 총동원해 金씨 검거에 주력해왔다. 검찰이 金씨의 도피를 돕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의 승용차와 추격전을 벌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때 金씨의 검거는 시간 문제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金씨의 출국을 한달 이상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검찰 수사에 큰 허점이 드러났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적어도 지난달 말 金씨를 전국에 지명수배할 때 출국 여부를 다시 확인해야 했었다"고 지적했다. 또 검찰 일각에서는 정말 金씨의 출국 사실을 모르고 있었는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의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법무부의 출입국 관리에 커다란 문제점을 드러낸 셈이다. 출입국관리소가 출국금지까지 요청한 중요 범법 용의자의 출국 사실을 한달 이상 검찰에 통보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편 金씨의 해외 도피로 검찰 수사가 큰 어려움을 겪게 됐다. 국가정보원 간부 출신인 金씨는 지난해 검찰 수사 때 민주당 김방림(金芳林)의원에게 5천만원을 전달했다고 진술, 일찌감치 정.관계 로비 의혹을 풀어줄 핵심인물로 지목받아 왔다.

검찰은 인터폴을 통해 金씨의 소재를 찾고 있지만 당장 신병 확보가 불가능할 전망이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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