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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영화] 영 아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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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면

감독 : 데이비드 매켄지
주연 : 이완 맥그리거.틸타 스윈튼.에밀리 모티머
장르 : 드라마
등급 : 18세
홈페이지 : www.youngadam.co.kr
20자평 : 관대해진 영화 심의를 체험 할 수 있는 기회.

한 남자와 네 여자가 잇따라 맺는 육체적 관계, 그리고 여자 변시체의 발견이 '영 아담'의 핵심 줄거리다. 당연히 성애 장면과 죽음에 대한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게다가 광고가 '파격 노출' 운운하니 감각을 자극하는 에로물로 보이기에 딱 좋다.

하지만 영화는 장면이 넘어갈수록 신경을 자극하기보다는 둔화시킨다. "실컷 봐라. 뭐 볼 거 있느냐"고 외치듯이 계속되는 성애 장면. 자극은 빈도 수에 반비례해 가고 배우들의 표정도 쾌락에 들뜬 모습에서 점점 멀어진다.

영화는 "섹스, 죽음, 그게 뭐 대단한 거냐? 알고 보면 다 별거 아니다"라는 말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듯하다. 스크린 속 남녀는 만나고, 사랑을 나누고, 헤어진다. 제3자의 시각으로 들여다 보는 그 일은 가슴 떨리는 그 무엇이 아니라 단순한 욕망의 해소일 뿐이다. 죽음 역시 마찬가지다. 소설 같은 사연을 담고 있을 것 같았던 변사 사건. 알고 보니 사실은 단순한 실수에 의한, 별 의미 없는 사고에 불과했다.

영화가 원작으로 삼은 동명의 소설을 쓴 알렉산더 트로키는 1950~60년대에 도덕의 권위는 물론 위선의 필요성까지 부정한 '삐딱이' 작가. 그가 84세에 숨을 거둘 때까지 마약중독자였으며 철저한 개인주의자로 불렸다는 점은 영화의 이러한 냉소적 분위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주인공 조(이완 맥그리거)가 강에서 발견한 속옷 차림의 여자 시체를 바라보면서 영화는 시작한다. 조는 싸늘히 식은 시신 너머로 자신이 일하는 운하 운반선의 주인이자 동료 레스의 부인인 엘라(틸타 스윈튼)를 바라본다. 그리고 얼마 뒤 조는 엘라와 사랑을 나눈다. 두 사람의 관계가 들통나자 엘라는 남편을 떠나보내고 조와 동거에 들어간다.

책 읽기 좋아하고 말이 없는 조. 여자를 좋아하지만 평범을 벗어난 수준은 아니다. 그는 엘라 언니의 유혹을 받아주고, 집 주인 부인과도 덤덤하게 사랑을 나눈다. 그러는 동안 강에서 숨진 채 발견된 여인 캐시(에밀리 모티머)의 죽음의 원인에 대한 수사는 계속되고, 조는 바로 그 캐시와 사랑을 나눴던 과거를 떠올린다.

영화의 줄거리 구성은 다소 엉성하지만 등장 인물의 성격 묘사는 섬세하다. 그래서 그들의 사랑의 방식에 대해 동의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공감은 이끌어 낸다. 물론 남녀가 악수 한번 하듯 부담 없이(?) 육체관계를 맺는다는 점 때문에 못마땅해 할 관객도 있을 것이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그런 불만이 따라다니는 것처럼.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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