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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뉴스 인 뉴스 <104> 월드컵ㆍ축구 관련 서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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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남아공 월드컵 개막이 2주일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대회에서 우리나라가 ‘원정 첫 16강 진출’이란 쾌거를 이룰 수 있을지 축구팬은 물론 국민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서울 시청 앞 광장 등에서 벌어질 응원축제를 고대하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결과에 상관 없이 축구를 즐기고, 한국팀을 응원하는 것이 진정한 스포츠 정신일 터다. 여기에 하나만 더하면 어떨까. 월드컵 대회와 축구 자체에 관해 좀 더 알아보길 권한다. 아는 만큼 즐길 수 있는 법이니까. 해서 월드컵과 축구에 관한 책들을 모아봤다.

김성희 기자

골을 넣고 막는 그 이상의 매력

헤르만 악셀이 그린 박지성의 드리블 모습. [OD북스 제공]

축구란 무엇인가, Football 축구, 축구 아는 여자, 재미있는 축구사전, 2010 남아공 월드컵 퍼펙트 가이드북(왼쪽부터)

축구란 무엇인가
크리스토프 바우젠바인 지음
김태희 옮김
민음인, 636쪽, 1만8500원

축구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담은 ‘축구백과사전’이다.

“축구 자체는 그야말로 원시적이다. 골을 막고 골을 넣고 그게 전부니까.” 한때 한국대표팀 감독도 지냈던 독일의 크라머 감독의 말이다. 이것으로는 지구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인 축구의 전모나 매력을 설명할 수 없다. 국제축구연맹(FIFA)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현재 전 세계 남녀 축구선수는 약 2억4200만 명이고 FIFA 회원국은 2005년 유엔 회원국보다 많아졌으며, 2006년 독일 월드컵 결승전 때는 인류의 4분의 1이 90분 동안 ‘같은 일’을 했으니 말이다.

독일 출신의 축구 전문 작가인 지은이는 역사와 이론, 문화현상, 역대 경기 등을 분석해 축구의 매력을 한눈에 보여준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축구공은 헤딩 때 고통을 줄 정도로 무거웠고 럭비공처럼 예측 불가능하게 튀었다. 63년 아디다스가 제대로 된 시합구를 만들었으며 70년 멕시코 월드컵 대회 이후 매번 공인구가 정해졌다. 팔이 하나밖에 없는 헥터 카스트로는 1930년 월드컵에서 우승한 우루과이 대표팀의 골잡이였다. 그런가 하면 프랑스 작가 카뮈는 골키퍼가 꿈이었지만 결핵 때문에 포기해야 했다. 그래도 건강이 허락했다면 축구와 문학 중 어떤 길을 택했을 것이냐는 질문에 망설이지 않고 축구라 답했을 만큼 축구를 인생의 최고 학교로 여겼다. 책은 축구에 관해 무얼 기대하든 그 이상의 것을 알려주지만, 일러스트나 사진이 없이 글자만 빼곡해 읽어내기엔 약간의 인내심을 요구한다. 

Football 축구
존 스트라우드 지음
이주만 옮김
한국방송출판
191쪽, 3만5000원

FIFA와 국제축구역사통계재단, ‘월드 사커 매거진’이 선정한 ‘축구 영웅 100인’ 중 22명의 선수를 시원한 화보를 곁들여 소개한 점이 미덕이다.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클럽을 5년 연속 유럽챔피언스 리그 정상에 오르게 한 디 스테파노를 아는 축구팬이 얼마나 될까. 펠레·마라도나와 비견되는 불후의 테크니션이었지만 북아일랜드 출신이어서 월드컵 본선에 한 번도 출전하지 못했고 결국 문란한 사생활로 선수 생명을 망친 조지 베스트 등 좀처럼 만나기 힘든 선수들이 포함됐다.

남미판 챔피언스 리그인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등 주요 축구대회도 소개해 팬들의 시야를 넓혀준다. 둥근 판형에 표지의 질감과 문양을 축구공처럼 만든 편집도 눈길을 끈다. 지은이는 영국의 스포츠 전문 사진작가이자 저널리스트.

축구 아는 여자
이은하 지음
나무수
320쪽, 1만3000원

여성들이 가장 싫어하는 화제가 ‘군대 가서 축구 하는 이야기’라던가. 축구에 미친 애인·남편을 두었다면 그의 취향을 이해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공감하고 즐기는 것이 어떨까. 국내 최초 스포츠 전문 여성 MC라는 기록을 가진 지은이가 이를 위해 축구 상식을 정리했다. 기획 의도도 그렇지만 문체도 톡톡 튄다. 그러면서도 ‘3-4-3 전법’ 등 소소한 궁금증에서 상세한 경기규칙 설명, 꽃미남 축구선수들이 즐비한 이탈리아의 유벤투스FC 등 유럽리그 안내, 월드컵과 K리그에 걸친 뒷이야기와 역사 등을 일러스트를 더해 꼼꼼하게 보여준다. 축구광 남친을 한 방에 보낼 대사들도 집대성했다. “난 프리미어 리그보다 프리메라 리가가 더 재밌더라” “더비는 누가 뭐래도 ‘엘 클라시코’지” 같은 말들이다.

재미있는 축구사전
강준막 지음
북카라반
323쪽, 7500원

말 그대로 축구와 관련된 온갖 용어·뒷이야기·역사 등을 정리한 사전이다. ‘가린샤 클럽’은 무슨 뜻일까. ‘스위스 볼트’는? ‘가린샤 클럽’은 월드컵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퇴장 당한 선수들을 일컫는 용어로 가린샤는 1962년 칠레 월드컵에서 이런 불명예를 기록한 브라질 대표선수다. 우리나라 하석주 선수가 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이 클럽에 드는 불운을 겪었다. ‘스위스 볼트’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칼 랍판 감독이 스위스 국가대표팀을 이끌 때 만든 수비 시스템이다. 우리말로 ‘빗장수비’로 옮길 수 있는데 이것이 이탈리아로 건너가 유명한 ‘카데나치오 전법’이 됐다. 축구 중계방송이나 신문기사에서 낯선 용어를 만났을 때 유용하지만, 시간 나는 대로 뒤적여두면 ‘축구박사’ 대접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책이다.

세계인이 열광하는 스포츠 축제, 월드컵

2010 남아공 월드컵 퍼펙트 가이드북
이형석 외 지음
싸커라인
280쪽, 1만8000원

축구전문 출판사가 공들인 정보 위주의 가이드북이다. 출전 32개국 전력 분석은 물론 주요 선수 864명에 대한 신상명세, 특기 등을 소개하고 각국 팀에서 눈여겨볼 점을 정리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 등이 가세해 한국과 같은 조에 속한 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그리스 주요 선수들을 분석하고 대응전략을 제시한 점도 강점이다. 역대 월드컵 역사와 불멸의 스타들, 올스타팀 구성 등은 덤이다.

The World Cup 2010, 월드컵 1930-2010, 존 듀어든의 거침없는 한국축구, 황홀하고 격정적인 한국축구를 위하여, 축구는 한국이다(왼쪽부터)

The World Cup 2010
일간스포츠 축구팀 외 지음
중앙m&b
200쪽, 1만6800원

남아공 월드컵 맞춤형 가이드북으로 중계방송을 지켜보는 동안 옆에 두고 볼 책이다. 일본 고단샤의 사진 협조를 받아 최신 사진을 수록했기에 일단 보기에 화려하다. 대회 일정과 대진표를 앞세우고 메시·호날두· 카카 등 스타 6인의 화보 스토리, 월드컵을 빛낼 축구 스타 100인 화보집에 본선 32개국 전력 분석 등 읽을거리도 풍부하다. 황선홍과 홍명보가 보는 한국팀 전망, 한국 필승 전략 등 한국 축구팬으로선 놓칠 수 없는 알찬 내용도 돋보인다.

월드컵 1930-2010
헤르만 악셀 일러스트· 랜들 노르댐 글
이장한 옮김
OD북스
232쪽, 3만2000원

익살스럽지만 역동적인 일러트스트로 월드컵 역사를 한눈에 보여준다. 독일에 거주하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캐리커처 작가가 1930년 우루과이 대회부터 2010년 남아공 대회 조편성까지 주요 선수, 명경기 장면, 각종 기록을 500여 컷의 컬러 그림으로 정리했다. 66년 영국 월드컵 대회 이탈리아전에서 사상 최대 이변 중 하나를 만들어낸 북한 박두익의 득점 장면도 나오고, 2002년 한ㆍ일 월드컵에서 이탈리아를 울린 안정환의 골든골 상황도도 실렸다. 연속 그림으로 네덜란드 요한 크루이프의 속임수 기술도 보여주는 등 축구팬의 눈을 즐겁게 하는 장면이 많다. 그림 위주여서인지 ‘골지(골찌)’, ‘지단의 박치(기)뿐’, ‘패널티 킥(페널티 킥)’ 등 오ㆍ탈자가 많은 점은 눈에 거슬린다.

한국 축구부터 돌아보자

존 듀어든의 거침없는 한국축구
존 듀어든 지음
조건호 옮김
산책
472쪽, 1만5000원

어지간한 축구팬은 이제 그 이름이 친숙한, 한국축구와 사랑에 빠진 영국 출신 축구저널리스트의 칼럼 모음이다. 해박한 전문지식과 열렬한 한국축구 사랑은 정평이 난 지은이가 K리그 회생방안, 축구행정, 대표팀 운영, 특정 선수에 대한 조언 등에 대해 쓴 글을 보면 “과연”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를테면 ‘이운재를 키워야 할 넘버 2 골키퍼를 키워야 한다’ ‘K리그 강등제가 필요한 이유’ ‘K리거들을 학교로 보내자’ ‘홍명보, K리그 감독 맡아라’ ‘이청용, 한국의 크루이프로 성장하라’ 등 지금도 귀 기울일 지적이 많다. K리그란 뿌리가 든든하지 않다면 월드컵에서 ‘16강 이상’이란 멋진 꽃을 피우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축구행정가 등 축구인은 물론 진정한 축구팬이라면 필독서라 할 만하다. 

황홀하고 격정적인 한국축구를 위하여
장원재 지음
북마크
250쪽, 1만원

비경기인 출신으로는 최초로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으로 활약했던 지은이의 축구평론집이다. 영국 유학 시절 열성 축구팬이 된 그가 유럽축구의 성장을 문화적 이유와 산업화 성공으로 접근하며 한국축구를 위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유럽 빅리그엔 올스타전이 없다’ 등 국제적 안목이 뒷받침되어 설득력이 있다. 또 연극학 박사이기에 ‘폴란드의 눈물’ ‘그리운 이주일’ 등 읽는 맛이 뛰어난 글도 적지 않아 일반 축구팬도 즐길 수 있다. 현장에서 지켜본 2006 독일 월드컵 뒷이야기, 여러 축구인의 일화도 감동적이다. 

축구는 한국이다
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
324쪽, 9500원

부제처럼 한국축구 124년사(책은 2006년 출간)를 살폈지만 ‘도대체 축구가 뭐기에’란 의문을 갖는 이들도 얻는 게 많을 책이다. 물론 해방 직후인 1949년 여자축구대회가 열렸다든가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공동 우승한 남북 대표팀이 시상대에서 서로 밀치는 등 신경전을 폈다는 일화며, 66년 런던 월드컵에서의 북한팀 선전에 자극받은 중앙정보부가 양지팀을 창단했다는 비화 등 쏠쏠한 재미를 주는 에피소드도 많다. 하지만 지은이가 정작 하고 싶었던 말은 ‘놀이에 목숨 거는 민족’ ‘스포츠 애국주의의 한국적 특성’ 같은 대목이지 싶다. 2006년 출간됐지만 한국축구의 정치사회적 의미를 탐색해 보고 싶은 이들에게 여전히 권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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