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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일본 괴선박 추적'합동작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북한 공작선으로 추정되는 괴선박의 일본 영해 침범 사건을 계기로 미국과 일본의 긴밀한 정보 협력체제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방위협력지침에 따라 평소에도 국방 관련 정보를 교환하게 돼있다.

그러나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미국측이 일본보다 중국 우선 정책을 펴온 데다 일본의 정보 보안시스템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미국은 일본측에 정보를 제공하는 데 다소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던 것이 올들어 일본을 아시아 안보의 핵심적 파트너로 여기는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등장하면서 양국간 정보교환이 활발해졌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일본이 올해 김정일(金正日)북한 국방위원장의 아들인 김정남(金正男)의 일본 밀입국을 파악하고, 괴선박 침범을 적발할 수 있었던 것도 미국의 첩보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결과로 전해지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괴선박의 움직임을 가장 먼저 포착한 것은 미군 정찰위성이었다. 정찰위성은 지난 18일 괴선박이 북한 서해안의 해주를 출발해 남포항에서 가까운 군항인 송림을 들른 뒤 중국 영해를 향해 출항한 것을 확인했다.

미군은 즉시 정찰기를 출동시키는 한편 일본 방위청에 연락했다. 19일부터 정찰에 들어간 방위청 소속 초계기는 21일 오후 4시 일본 영해에서 괴선박을 발견했다.

일본은 전국 28개소에 설치된 레이더기지와 조기경계기(E-2C).조기경계관제기(E-767) 등으로 일본 및 주변상공을 24시간 감시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측의 정보제공이 없었더라면 괴선박을 쉽게 발견하기 어려웠을 거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주일 군사소식통은 "미국은 정찰위성과 스텔스 기능을 갖춘 초음속 정찰기 블랙버드(SR-71)로 북한의 군사이동을 24시간 감시하고 있다"며 "미국은 특히 테러국으로 지정한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일본과의 공조체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일본의 정보망도 미국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일본 총리는 지난 10월 미국에서 부시 대통령을 만났을 때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란에서 아프가니스탄에 관한 정보수집 창구 역할을 맡겠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란에 대사관이 없는 반면 일본은 석유 비즈니스를 통해 이란 정권 실세들과 끈끈한 인맥을 구축해 놓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일본의 이같은 중동정보망을 통해 탈레반에 관한 상당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예정대로 내년 중 정보위성이 발사되면 일본의 정보망은 더욱 강화된다.

한반도에 대한 정보능력이 한층 강화됨으로써 미.일 공동정보망은 북한을 더욱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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