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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을 알면 역사가 보인다?… 토공서 책 발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4면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老斤里)는 지명에 도끼(斤)가 포함돼 미군의 양민학살을 예견하고 있다.'NO GUN RI'란 영어식 표기는 총격을 가하지 않았다는 미군측의 주장을 반영하고 있다."

"경남 의령군 의령읍에 밥.직장 등으로 뜻풀이되는 '솥정'(鼎)이 들어있는 정암(鼎巖)바위가 있는 덕에 이 지역 주변 20리 내외에서 삼성.LG.효성그룹 등 대기업의 창업주가 태어나 많은 사람에게 직장을 제공하게 됐다."

한국토지공사가 27일 국내 2백여곳의 지명에 얽힌 사연과 의미를 모아 발간한 책 『국토와 지명,그 특별한 만남』의 일부 내용이다.

이 책에 따르면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이 닭의 해인 1993년 대통령에 취임한 것이나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말을 남긴 것도 출생지인 경남 거제시 장목면 외포리 대계(大鷄)마을의 지명과 무관하지 않다.

정부가 추진 중인 경인운하의 시발점인 인천시 서구 시천동(始川洞)은 '하천이 시작된다'는 뜻의 지명과 맞아 떨어진다고 풀이했다. 경기도 용인시 기흥읍 신갈리(新葛里)는 '칡(葛)'이 들어 있어 경부.영동고속도로와 42번 국도, 231번 지방도가 칡넝쿨처럼 얽혀 있다.

부산 영도다리는 '절영도(絶影島)'에서 유래돼 이름이 붙여진 탓에 1936년 국내 최초의 도개교(跳開橋)로 세워져 하루 여섯번씩 다리가 '끊어지게(絶)' 됐다.

책의 편저자인 한국토지공사 토지박물관 김기빈(54) 지명연구위원은 "땅도 생물처럼 흥망성쇠가 있으며 지명은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토지공사측은 이 책을 박물관.대학.도서관 등지에 무료로 배포할 예정이며 출판사가 나설 경우 시판도 고려하고 있다.031-738-7764.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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