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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나] 반도체·제철 분야서 ‘철녀’ 소리 들어볼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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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정지민(23·여·사진)씨는 ‘공대 여학생’이다.

올해 여름 졸업을 앞둔 그는 “남학생이 대부분인 공대에서 4년을 보냈다”며 “남자들보다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뿐이었다. 악바리처럼 공부하다 보니 4학기 동안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여기까지 보면 ‘강심장’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스스로도 “면접장에 들어서면 크게 떨린다”며 “몇 군데 지원했다 떨어지고 나니까 손에 잡히는 게 없다. 뭘 도전하기가 두렵다”고 털어놨다. 중앙일보 취업 자문단에 컨설팅을 의뢰한 것도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란다.

“취업 스터디도 해 보고, 취업 특강에 찾아가 모의면접을 본 적도 있어요. 그래도 뭐가 문제인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두려움만 더 커졌죠. 이 상황을 이겨내려면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 싶었습니다.”

남성적인 분위기가 강한 것으로 알려진 반도체·제철업계에서 ‘철녀(鐵女)’ 소리를 들으며 일하고 싶다는 그. “‘여자라서 안 된다’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다”며 취업시장에 나선 공대 여학생에게 자문단은 어떤 평가를 내렸을까.

김기환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서류 집중 분석  이력서 학점은 학생의 기본이다. 수백~수천 장의 입사지원 서류를 두고 합격자를 가려야 하는 서류전형에서 평가 기준이 되기도 한다. 특히 공대처럼 전공 실력이 중요한 학과에서 높은 학점을 받은 지원자는 두각을 드러낼 수 있다. 최영미 한국HP 인사 담당 이사는 “학점을 잘 받기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공대에서 4.07이란 높은 학점을 받았다”며 “대학 생활을 성실하게 잘 마쳤다는 것을 보여준 부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타 항목에 대해서는 수정이 필요하다. 특히 부연 설명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봉사 활동’ 항목에 ‘장애인 돕기’라고만 적은 것이 그 예다. 서미영 인크루트 인사 담당 상무는 “단순히 ‘무엇을 했다’고 적는 게 아니라 봉사 활동을 하면서 무엇을 배웠고 어떻게 성장했는지 간단히 적는 것이 좋다”며 “이력서라고 해서 간단하게 요약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적절한 부연 설명은 필수”라고 말했다. ‘사회 경험’ 항목에 적은 키보드 반주자 경력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반주했다고 적는 것만으로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반주 활동이 교회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적어야 한다.

곁가지는 자르는 것도 기술이다. 정씨는 ‘교육이수’란에 1박2일 동안 취업 캠프를 다녀왔다고 적었다. 지원자의 실력과는 크게 상관없는 경력이다. 최 이사는 “포함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그것까지 적어야 채점관이 납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기소개서 전공에 대한 열정이 잘 드러난다. 어떤 전공 수업을 듣고, 수업에서 무엇을 배웠으며, 그 내용이 회사에서 일할 때 어떤 부분에서 도움이 되는지까지 적었기 때문이다.

형식적인 표현을 많이 쓴 것은 단점으로 지적됐다. 정씨의 자기소개서에는 ‘책임의식’ ‘존중과 포용의 자세’ ‘글로벌 마인드’ 등 틀에 박힌 표현이 많다. 예를 들어 ‘어학 연수 경험을 통해 글로벌 마인드를 갖게 됐다’는 식이다. 서 상무는 “많은 지원자가 어학 연수나 교환학생 경험을 글로벌 마인드를 갖게 된 계기로 쓴다. 하지만 외국 친구를 사귀거나 그곳에서 파티에 참가했다고 해서 글로벌 마인드를 갖는 것은 아니다”며 “틀에 박힌 표현을 쓸 때는 채점관이 고개를 끄덕일 만한 경험을 내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어학 연수 기간 동안) 문화가 서로 다른 외국 친구들을 만나 함께 지낸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이런 갈등이 있었다. 그럴 때 이렇게 서로 힘을 모아 극복할 수 있었다’고 적으면 글로벌 마인드를 갖게 된 계기로 충분하다.

‘자기’소개에 집중하라는 지적도 나왔다. 본인의 성장 과정을 적을 때 부모님에 대해 쓰는 건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최 이사는 “자기소개서에서 부모는 주변인일 뿐”이라며 “나의 강점, 나의 역량, 나의 경험을 드러내는 데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서류전형 평가 깔끔하다는 평이다. 이력서는 간략하게 쓸 말만 적었고, 자기소개서는 공대에서 무엇을 배웠는지에 집중했다. 최 이사는 “전공 분야에 취업할 경우 ‘성실하게 공부한 지원자’라는 인상을 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특징이 없다. ‘정지민’만의 색깔이 없다는 말이다. 이럴 경우 수많은 공대 출신 지원자 틈에서 두각을 드러낼 수 없다. 서 상무는 “서류를 다 읽고 나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내용이 없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며 “전공 수업 이야기 등 정적인 내용이 많다. 그보다는 어딘가에 뛰어들어 도전했던 (활동적인) 경험을 언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충고했다.

제조업체는 지원자의 도전정신을 높이 산다고 알려져 있다. 게다가 공장으로 배치받을 경우 40~50대 생산직 근로자들과 함께 일해야 한다. 서 상무는 “여자지만 ‘아저씨’들과도 잘 어울릴 수 있는 지원자라는 점을 강조하라”고 말했다.

‘남자처럼 할 수 있다’며 공격적으로 답하라

면접 집중 분석

Q 자기소개를 한다면.

A 시간 관리가 철저한 정지민이다. 집에 걸려 있는 화이트 보드와 가방 속 다이어리의 일정에 따라 하루를 보낸다. 시간 관리가 몸에 익어 학교에서 4학기 동안 장학금을 받을 만큼 성실하게 공부할 수 있었다. 시간 관리 능력은 입사한 후에도 내가 맡은 일을 신속하고 꼼꼼하게 처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봉사 활동과 교회 활동을 하면서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도 갖게 됐다.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잘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다.

▶자기소개에 꼭 들어가야 할 내용이 있다.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다. 채점관들은 지원자가 회사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궁금해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어느 회사의 면접장에서도 답할 수 있는 일반적 소개였기 때문이다. 전공에 대한 언급이 필요하다. ‘4년 동안 배운 전공이 현장에서 이렇게 쓰일 것이다’는 내용을 넣어야 한다.

Q ‘품질 관리’를 정의하라.

A 품질 관리는 신뢰라고 생각한다. 결국 고객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업무이기 때문이다.

▶희망 직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묻는 질문이다. 전공과 관련한 답변을 원했는데 기대에 못 미쳤다. 예를 들어 ‘자재를 구해 제품을 만들 때까지 과정에서 핵심적으로 관리해야 할 부분이 있다. 그때 적재적소에 재료를 공급하고 공정을 관리해 불량품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업무’라고 답하는 것은 어떨까.

Q 대학 시절 전공 관련 프로젝트를 하면서 성과를 거둔 적이 있는지.

A ‘창의공학설계’라는 전공 수업에서 팀 프로젝트 리더를 맡았다. 투척기를 만드는 과제였는데 그동안 써오던 재료 대신 다른 재료를 써서 부실률을 줄인 적이 있다. 수업에서 주는 상도 탔다.

▶좋은 답변이다. 상황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하는 것이 나을 뻔했다. 유리한 답변을 할 때 점수를 따야 한다.

Q 품질 관리 분야에 지원했다. 공장에서 40~50대 아저씨들과 부대끼며 일할 자신이 있는지.

A 여자로서 체력적인 면에서 달리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끈기 있는 사람이다. 정신력으로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러 사람과 함께 일하면서 생기는 문제는 대화로 풀어낼 수 있다. 남자보다 여자가 설득을 잘하기 때문에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답변의 근거가 부족하다. ‘남자보다 여자가 설득을 잘한다’라고 잘라 말할 수 없다.

Q 작업 환경이 열악한 후진국에서 일할 수도 있다. 어떻게 할 것인지.

A (머뭇거리며) 근무하겠다. 선진국만 스스로를 개발할 수 있는 곳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낙후된 지역에서라도 내가 몰랐던 부분을 배울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그곳에서 일함으로써 회사에 도움이 된다면, 그것만으로 보람차다. 다른 문화를 겪어보는 것도 가슴 뛰는 일이다.

▶‘남자처럼 할 수 있다’는 식의 다소 공격적 답변이 필요하다. ‘경력에 도움이 된다면 도전하겠다’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이런 질문에는 절박하면서도 치열하게 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전 면접 평가 솔직한 것은 장점이다. 채점관이 면접장에서 가장 꺼리는 지원자가 거짓말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거짓말하는 지원자가 많다. 정씨가 두각을 드러낼 수 있는 부분이다. 서 상무는 “모를 땐 잘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도 호감을 줄 수 있는 요소다. 어찌 보면 모의 면접을 통해 연습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오는 모습”이라며 “연습을 통해 면접 실력을 닦는다 하더라도 솔직하게 답변하는 자세는 잃지 않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전공 실력과 답변은 별개다. 아무리 학점이 높다 하더라도, 답변을 제대로 못하면 도루묵이다. 정씨는 전공 관련 질문에 능숙하게 답하지 못했다. 연습을 통해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최 이사는 “정씨가 100을 안다고 하면 80도 표현을 못하고 있다”며 “오래전 배운 내용은 잊어버렸을 수도 있다. 면접 보기 전에 배운 내용을 요약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총평 ‘여자 공대생’이라는 것. 정씨가 기억해야 할 부분이다. 남학생이 많이 지원하는 분야에 도전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서 상무는 “외모가 여성스럽고 목소리도 여리다”며 “남자들과 경쟁해야 하므로 채점관에게 좀 더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는 조언도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최 이사는 “답변할 때 떠는 것이 눈에 띌 정도였다”며 “떨림도 연습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남학생들과 함께 취업 스터디를 꾸려 면접에 대비하라”고 충고했다.



이번주 자문단

서미영 인크루트 인사총괄 상무

왼쪽부터 서미영, 최영미.

1998년 인크루트를 공동 창업했다. 명지대 겸임교수, 중부여성발전센터 자문위원, 한국진로교육학회 부회장, 중앙인사위원회 자문위원, 우주인선발위원 등 인력관리와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인재경영의 기술』『프로페셔널의 숨겨진 2%』등 인력관리와 관련된 책을 펴냈다.

최영미 한국 HP 인사담당 이사

HP의 인사파트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다. 국내 기업에서 인사 담당 임원으로 승진한 첫 번째 여성이다. 균형감 있는 접근과 여성 인력의 역량 개발에 관심이 많다. 특히 인력 채용 분야에 정통하다는 평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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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사항 취업 때 제출하는 양식과 같은 이력서·자기소개서를 보내 주십시오. 학점, 외국어 능력, 사회봉사활동 경력, 희망하는 직장과 연봉 수준, 취업 전적, 연락처, 경력, 컨설팅을 신청하는 이유와 자신이 생각하는 장단점·보완점에 대한 간단한 자기소개서, 이외에 스스로를 기업에 적극 알릴 수 있는 자료를 준비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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