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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시설 유치 울산의 두얼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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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음식쓰레기 처리장과 하수처리장. 둘 다 주민들이 가까이 두기 싫어하는 시설이다.

하지만 같은 울산시내에서도 지역에 따라 이를 대하는 반응은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다. 한쪽에서는 자녀 등교까지 막으며 격렬한 반대를 하고 있고, 또 다른 쪽에서는 처리장을 지은 시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 울산시 언양수질개선사업소=언양읍 구수리 주민들은 언양수질개선사업소(하수종말처리장)가 준공된 지난달 25일 박맹우 울산시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이장 장운선(59)씨는 "걱정했던 악취가 거의 안 나는 데다 축구장.도로.공원 등도 함께 조성해줘 주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졌다"며 고마워했다.

이 시설은 울산시가 총 728억원을 들여 3년여 만에 완공한 것으로 하루 6만t의 하수를 처리하고 있다. 기존 하수처리시설과 달리 악취의 주범인 질소.인을 완전 정화할 수 있는 고도처리시설 등을 갖췄다.

이곳을 거쳐 배출되는 물은 생화학적 산소 요구량(BOD)이 2급 상수원(3ppm 이하)에 해당하는 2.4ppm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수질환경보전법상 허용 기준치 20ppm). 2만2760평 부지의 절반가량은 친환경 체육공원으로 조성했고, 관리동에는 환경지킴이실.환경시청각실 등을 설치해 환경체험 교육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구수리의 2000여 주민도 공사가 시작될 무렵엔 서명운동을 하는 등 반발했다. 이장 장씨는 "우리도 하수처리장이 들어서면 지역 이미지가 나빠져 집 값이 떨어진다는 걱정에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 울산시 북구 음식물 자원화 시설=북구 중산동 글로리아.중산현대 등 3개 아파트 1200여가구 주민들은 아파트단지에서 400여m 떨어진 들판에 건설 중인 음식물쓰레기 처리장 공사의 전면백지화를 요구하며 2년째 시위.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민 2명이 구속되기도 했다. 주민들은 또 지난달 27일부터 나흘째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있다. 959평의 부지에 지상 2층, 연면적 253평 규모로 들어설 이 시설은 북구 주민들이 배출하는 음식 쓰레기(하루 30t 내외)를 처리하기 위한 것이다. 세척.멸균 등 5단계의 과정을 거친 뒤 지렁이를 이용해 퇴비로 만드는 첨단시설이다.

이상범 북구청장은 "악취.해충이 생기거나 지역발전 저해 등 주민들의 불만이 현실로 나타나면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북구청은 도서관.생태공원.자전거전용도로.중학교 신설 등 150억원이 넘는 예산으로 지역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며 이외에도 매년 10억원씩 이 지역 문화.복지 사업에 지출하기로 약속했다.

주민들은 그러나 "부지가 확정되자마자 집값이 30%나 떨어졌다. 쓰레기처리장에서 악취.해충이 없다는 말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구청장과 주민대표가 이 문제를 놓고 세 차례 방송토론을 하고, 북구청이 모델로 삼고 있는 남해군 음식물자원화시설을 견학시켜주기도 했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울산=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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