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냐의 100주년 한정판으로 나온 ‘만년필’
한정판이 흔해진 요즘, 명품 한정판은 더 희소해진다. 가격에 구애받지 않는 대신, 특별함을 원하는 명품 수집가나 브랜드 매니어들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브랜드 이니셜과 전통·역사 등을 담는 것도 이런 이유다. 특별한 홍보도 하지 않는다. 매장을 자주 찾는 VVIP에게만 한정판의 존재를 알려준다. 삼성패션연구소 김정희 팀장은 “소수의 고객에게 우월감을 주는 것이 한정판의 효과”라면서 “일반인에게도 기네스북를 보는 듯한 흥미거리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국내 수입 10개 이하
남성복 브랜드 브리오니는 향수 한정판을 냈다. 창립 65주년을 기념하는 ‘브리오니 오드뚜왈렛’(175만원). 51년 전 내놨던 한정판 향수에 대한 오마주다. 지구촌에선 7000개, 우리나라엔 10개가 들어왔다. 태그호이어의 시계 ‘실버스톤’(800만원대)은 70년대 인기 모델을 브랜드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다시 내놓은 ‘레플리카’(복원) 제품이다. 두 가지 색상을 1500개씩 한정 제작했으며 국내에는 10개가 들어왔다. 쇼메도 브랜드 최초의 VIP였던 나폴레옹 황제를 모티브로 삼은 한정판 시계(‘아트랩 모아 컬렉션’·1억7000만~1억9000만원대)를 냈다. 황제의 상징인 벌과 거미 모양으로 522개 보석을 세팅한 것. 전 세계적으로 12개만 제작됐는데, 이 중 2개가 국내에 수입됐다.
한정판 숫자의 비밀
올 쇼메의 한정판인 ‘아트랩 모아 컬렉션’. 전체 12개 중 국내에는 블랙·그린 2개가 들어왔다.
내가 사간 것을 알리지 말라
한정판은 소리소문 없이 사고 팔린다. 내년에 나오는 에르메스의 스카프 한정판, 25일 공개된 브리오니 향수도 이미 문의가 많다는 게 업체들의 설명. 하지만 누가 사가는지 신상은 절대 공개하지 않는다. "남자의 경우 VVIP 고객 중 상당수가 자영업자”라고 귀띔하는 수준이다. 또 국내 CEO들이 선물용으로도 사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2008년 색채 이론가 조셉 알버스의 대표작들로 만든 에르메스 스카프(6개 세트 2200만원)의 경우 “미술에 조예가 깊은 ‘사모님’들과 미술관장 등이 주로 구매했다”고 업체 측은 밝혔다.
이도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