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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패트롤] 엔저·아르헨티나 사태 심상찮은 외풍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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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올해도 이제 딱 한주 남았다. 사실상 국경이 없어진 경제는 나라 밖 일에 언제 영향을 받을지 모른다.

국가 부도 위기에 처한 아르헨티나 사태의 여파로 최대 채권국인 미국의 금리가 올랐다. 21일로 잡혔던 KT의 해외 주식매각이 하루 늦어졌다. 비슷한 파장이 국내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미 시장에 상당 부분 반영됐고 아르헨티나와 교역이 적어 우리에게 미칠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채무불이행(디폴트)선언에 이어 사태가 장기화하면 국제 금융시장에 심리적인 악영향을 주면서 후폭풍이 불어올 수도 있다.

일본 돈 엔화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의도적이고 가파른 엔화가치 하락(엔低)에 주변 국가들이 알게 모르게 멍들 수 있다. 벌써 달러당 1백30엔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고, 내년 초 1백35엔대가 예상되는 판이다.

엔저 상황이 고착화되면 세계 무대에서 일본과 경합하는 우리 자동차와 반도체, 철강, 조선 등의 수출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하이닉스반도체와 마이크론의 제휴.합병 협상과 서울은행 및 한보철강의 매각도 관심거리다. 일본 도시바의 미국내 공장을 인수한 마이크론이 일단 우월한 입장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쪽 모두 몸집을 불려 제조원가에도 못미치는 D램 시장의 파고를 넘어야 하는 이해관계로 얽혀 있다. 그래서 지분맞교환 등 협상이 빨리 진전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에 간 하이닉스 협상팀이 금주에 어떤 보따리를 들고 돌아올지 궁금하다.

서울은행 매각은 동부 컨소시엄에 이어 동원그룹이 뛰어들어 새로운 국면을 연출하고 있다. 한보철강 매각 문제도 잘하면 금주 안에 최종 낙찰자를 선정할 수 있을 것 같다. 예비낙찰자로 선정된 AK캐피탈과 채권단이 매수가격을 입찰가격의 몇% 이내로 조정할 수 있는지를 놓고 막바지 협의를 하고 있다.

지난주 말 국회는 여야가 합의한 예산안을 마지막 본회의에서 처리하지 못하는 구태를 보였다.결국 가장 늦은 통과 기록을 세운 지난해(12월 27일)에 버금가는 날짜에나 처리될 전망이다. 이러다가 16대 국회는 예산안 늑장 처리로도 이름을 날리게 생겼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내년 경제운용 방향이 24일 나온다. 성장률을 4%대로 끌어올리고 금융.기업 구조조정의 고삐를 죄며 서비스산업 육성을 성장 동력의 한축으로 삼는 내용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겨울 추위는 이제부터다. 그래도 밤이 가장 긴 동지가 지났으니 낮이 조금씩 길어진다. 경제의 봄도 그렇게 찾아올 것이다.

세밑에 다들 올해 경제활동과 성적표에 대한 고해성사를 하자. 정부, 기업, 가계 가릴 것 없이 새해에는 올해와 비슷한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각오를 다질 시점이다. 월드컵만이 아닌 경제도 '다이나믹(역동적)코리아'가 되도록 하려면 지금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부터 잘 알아야 한다.

양재찬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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