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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동북아 허브 꿈꾸지만 두 마리 고래 사이에 낀 새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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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영국의 유력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1일 한국의 투자 환경을 집중 소개하면서 한국이 과거의 보호주의로 되돌아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FT는 이날 5개 면에 걸친 특집 기사를 통해 한국의 경제상황, 정부 정책, 북핵 리스크, 강성 노조 문제 등 부문별로 외국인 투자 여건을 집중 분석했다.

이 신문은 특히 동북아 금융.물류 중심(허브)을 지향하고 있는 한국을 '두 마리 고래 사이에 낀 새우'로 묘사했다. 두 마리 고래는 각각 중국과 일본을 빗댄 것이다. 또 이헌재 경제부총리를 인터뷰한 기사에서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분명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경제의 파수꾼은 놀랄 정도로 낙관적(surprisingly optimistic)이었다"고 소개했다.

FT는 외환위기 이후 7년간 개방과 자유화가 확대됐다고 평가하면서도 "최근 들어 다시 옛날의 고립과 보호주의로 되돌아가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보도했다."외환위기 무렵 부실기업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막대한 이익을 남긴 데 대해 최근 한국인들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을 이 신문은 그 근거로 제시했다. 또 LG칼텍스정유.한미은행 노조 사태 등을 예로 들면서 "한국 정부가 노조의 불법행동에 강경 대처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악명 높은 한국의 노동 문제는 여전히 경제를 망치고(plague)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기업지배구조는 여전히 외국인 투자가들이 우려하는 문제이고, 북핵 위기는 한반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고 전했다.

FT는 지난달 세계경제포럼(WEF)이 한국 정부의 무능력 등을 이유로 국가 경쟁력 순위를 1년 새 11단계 끌어내린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외국인들은 문화 장벽, 과잉 규제, 외국인 혐오 등 투자의 발목을 잡아왔던 낡은 유령(bug-bear)이 다시 나타날까 우려한다고 전했다. 또 법률.교육.의료 시장 등 서비스 부문은 여전히 꽉 닫혀 있는 가운데 정부가 최근 삼성전자 등 대기업을 해외자본으로부터 보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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